기업인 범죄와 여타 범죄의 1심 집행유예 비교
경제개혁연대 7년간 판결 137건 분석
일반 범죄는 40%대…‘유전무죄’ 확인
일반 범죄는 40%대…‘유전무죄’ 확인
법원은 ‘기업인 범죄’에 역시 관대했다.
21일 경제개혁연대가 200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한 판결 137건을 분석해 발표한 ‘우리나라 법원의 화이트칼라 범죄(White Crime) 양형 분석 보고서’를 보면, 거액의 배임 또는 횡령을 저지른 기업의 지배주주와 임원들이 법원에서 집행유예로 선처받은 비율이 강·절도 등 일반 사범의 집행유예 비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왔다.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149명의 지배주주나 임원 가운데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는 71.1%인 106명에 이르렀다. 반면 2000~2005년 사법연감 통계를 보면, △강·절도 사범의 집행유예 선고율은 47.6%(2000년 절도 사범은 51.3%) △가중 처벌 대상이 아닌 형법상의 횡령·배임 사범의 집행유예 선고율은 41.9% △사기죄 등 특경가법 전체 위반 사범의 집행유예 선고율은 47.5%에 그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경제개혁연대의 최한수 연구팀장은 “특경가법상 횡령·배임죄는 그 이득액이 형법상의 횡령·배임죄보다 훨씬 많으며 법정형도 징역 3년 이상(이득액이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 및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득액이 50억원 이상)으로 정해질 만큼 중범죄”라며 “그런데도 특경가법 사범의 집행유예 비율이 높은 것은 한국 법원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배주주나 임원의 경우 1·2심을 모두 합하면 조사 대상자의 83.9%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특히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율도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61.6%와 75%에 달했다. 또 지배주주보다는 전문경영인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율이 월등히 높았다.
집행유예를 받은 이들의 이득액 규모를 보면 지배주주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8491억원), 김천만 극동건설 사장(1352억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1090억원) 등의 차례로 많았다. 전문경영인은 장충구 만도기계 대표이사(2조1788억원), 박성석 한라그룹 상임고문(2조1730억원), 손길승 에스케이 전 회장(8919억원) 등의 차례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배주주로부터 전문경영인이 독립하기 쉽지 않은 한국적 현실에서 법원 판결에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어긴 전문경영인을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기업인 범죄의 재판 결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