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출자구조
순환출자 없애며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
LG이어 SK도…“투명성 확보는 긍정적”
LG이어 SK도…“투명성 확보는 긍정적”
‘지주회사 요건도 맞추고, 지배력도 강화하고!’
‘지주회사 신주 발행과 자회사 주식 공개 매수’ 방식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단순한 출자구조를 갖추는 만큼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기존 지배주주들은 막대한 비용 지출 없이도 지주회사 지분율을 늘려 그룹 전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배주주들에겐 ‘꿩 먹고 알 먹는’, 합법적인 방식인 셈이다.
에스케이㈜는 오는 31일 이사회에서 에스케이에너지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안건을 논의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27일 공시했다. 공개매수에 응한 에스케이에너지 주주들에겐 현금이 아니라 에스케이㈜가 유상증자를 해 새로 발행하는 신주로 교환해 준다. 공개매수 가격이나 물량에 대해 에스케이㈜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에스케이그룹은 최태원 회장→ 에스케이씨앤씨→ 에스케이㈜→ 에스케이에너지와 에스케이텔레콤을 주축으로 한 여러 사업자회사들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갖추고 있다. 에스케이씨앤씨는 에스케이㈜와 에너지에 대해 각각 11.16%의 지분을 갖고 있고, 최 회장 개인은 0.97%를 갖고 있다. 이번에 최 회장과 씨앤씨의 에스케이에너지 지분이 모두 공개매수 된다면, 에스케이㈜는 에스케이에너지에 대한 지주회사 요건(상장기업 자회사에 대한 출자비율 20% 이상)을 충족하게 된다. 아울러 최 회장과 씨앤씨의 에스케이㈜ 지분율은 27~30%선에 이르게 된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의 이상민 간사는 “최 회장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에스케이씨앤씨의 그룹 지배력이 더 높아지면 내부거래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의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사실 ‘공개매수-신주발행’ 방식은 이미 엘지그룹이 실행한 바 있다. 2003년 4월 지주회사 ㈜엘지를 출범할 때까지 3년여에 걸쳐 엘지그룹은 두 차례의 인적분할과 합병을 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이 방식이 쓰였다. 엘지는 화학분야(LGCI)와 전자분야(LGEI)의 지주회사를 각각 세운 뒤 공개매수-신주발행을 거쳐 자회사들의 주식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두 지주회사(LGCI,LGEI)에 대한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일가의 지분율은 각각 8.78%→ 36.62%, 9.6%→ 39.19%로 늘었으며, 다시 두 지주회사가 합병한 뒤 구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42.79%로 높아졌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을 자회사로, 태평양을 지주회사로 삼은 태평양그룹의 경우도 서경배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은 공개매수 전 26.53%에서 55.7%로 껑충 뛰었다.
대우증권 최용구 전문위원은 “장내에서 사고팔 경우 대주주들은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기 때문에 과세이연으로 사실상 세금이 면제되는 이 방식이 선호된다”고 설명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투명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게 긍정적”이라 전제한 뒤 “이제는 지주회사가 된 이후 지배구조를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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