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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법, 중소기업 신기술 ‘슬쩍’ 대기업 횡포 제동

등록 2007-09-09 19:41수정 2007-09-10 01:29

‘휴대전화 비상호출’ 4년여 특허분쟁
서오텔레콤,엘지텔레콤에 승소 판결
대기업과 4년에 걸쳐 특허분쟁을 벌인 한 중소기업이 마침내 자신의 권리를 인정받았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중소기업인 서오텔레콤이 엘지텔레콤을 상대로 낸 ‘휴대전화 비상호출 장치’ 특허무효심판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서오텔레콤의 특허는 유효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엘지텔레콤은 서오텔레콤의 특허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일본 특허와 비슷하다며 특허등록 무효를 주장해 승소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대기업과 벌여온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떠올리며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사진)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대법원까지 간 대기업-중소기업간 특허분쟁에서 중소기업이 이긴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판결이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겨 피해를 보고도 침묵해야 하는 중소기업인들에게 큰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법정공방은 지난 2004년 초 서오텔레콤 쪽에서 엘지텔레콤의 ‘알라딘폰’ 서비스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서오텔레콤은 2001년 강도를 만나는 등의 위기상황에서 휴대전화의 긴급버튼만 누르면 미리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로 위치가 전송되는 기술을 특허출원했다. 김 사장은 2003년 이 기술을 상용화하려고 엘지텔레콤을 찾아가 제안서를 냈다. 당시 엘지 쪽은 ‘아이디어가 좋다’며 관련 자료를 모두 가져갔으나, 이듬해 아무 연락도 없이 이 기술을 활용한 ‘알라딘폰’을 내놓아 특허침해 소송을 내게 됐다고 김 사장은 설명했다.

이에 엘지텔레콤 쪽은 일본에서 개발된 비슷한 기술이 이미 특허등록되어 있고, 서오 쪽 기술은 이에 견줘 ‘기술적 진보성’이 없다는 주장으로 맞서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엘지텔레콤이 비교대상으로 제시한 특허에는 일부 핵심 기술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서오 쪽 특허의 진보성을 부정한 것도 발명의 진보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서오텔레콤은 엘지텔레콤의 휴대전화 긴급구조 서비스에 대한 특허 사용료 청구와 함께 손해배상 소송도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김 사장은 엘지와의 법정 다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동안 엘지 쪽의 대응을 보면, 대기업이 어떻게 중기의 기술을 빼앗거나 사장시키는지가 잘 드러난다”며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중소기업의 기술에 대해 좋은 기술이면 그냥 빼앗고, 특허소송으로 골치를 썩일 것 같으면 바로 무효화 소송을 내 사장시키는 전략을 취한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들이 신기술로 대기업과 거래하려면 특허출원 명세서와 각종 실험 데이터 등을 제출하는데, 대기업은 이 자료를 활용해 새로운 특허를 출원하거나, 협력업체에 기술을 넘겨 납품단가를 깎는 데 활용한다. 또 중소기업으로서는 법정 소송을 할 경우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소송을 포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대법원 판결에 대해 김규태 엘지텔레콤 법무팀장은 “법적으로 서오텔레콤의 특허를 인정해준 것이지만 이 특허를 활용한 기술과 우리 제품이 상관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글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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