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자유무역협정 반대 범국민운동와 민주노총, 낙농육우협회 등 관계자들이 17일(한국시각) 협상장인 벨기에 브뤼셀의 쉐라톤호텔 앞에서 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17일 오전(현지시각)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된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공공서비스를 훼손하고 농업과 환경을 파괴하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협상은 즉각 중단돼야 합니다.” 이날 오전 9시 협상장인 브뤼셀 쉐라톤 호텔 앞에서 한국어 구호가 울려퍼졌다.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저지 원정투쟁단’ 4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지난 16일 브뤼셀에 도착한 원정투쟁단은 유럽 반세계화 단체인 트레스내셔널 네트워크, 민주노동당 유럽지부 등 동포 단체 등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원정투쟁단장인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한-미 에프티에이 협상 타결로 한국 농업이 사형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 협상까지 개시돼 한국 농민들은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며 “유럽연합이 개방 목표로 삼고 있는 축산업, 특히 낙농·양돈산업은 일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양돈협회장은 “돼지고기 시장이 개방되면 유럽연합과 경쟁이 되지 않는 우리 양돈산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정투쟁단은 이날 시위를 시작으로, 유럽연합 집행위 및 의회 간부들과 만나 에프티에이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협상이 끝나는 21일까지 밤샘 촛불 문화제, 3보1배 행진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반면 무역협회 등 에프티에이 민간대책위원회는 현지에서 조속한 에프티에이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정부 협상단과 별도로 유럽연합 쪽 고위인사 및 업계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날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연구원이 유럽경제정책연구센터(CEPS)와 함께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도전과 기회’ 세미나를 열어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민간대책위 대표인 이희범 무역협회장은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는 큰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대책위와 함께 브뤼셀을 방문한 대통령 직속 에프티에이 국내대책위원회 이백만 간사는 “유럽연합과의 에프티에이는 이미 타결된 한-미 에프티에이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서도 연내에 결말지어야 한다”며 “대통령 선거 등 대형 정치일정을 앞두고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반대 움직임이 강화될 수 있는데, 유럽연합과의 에프티에이는 미 의회가 조속한 비준을 하도록 하는 간접적 압박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협상 개시에 앞서, 김한수 우리 쪽 협상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는 모든 부문에서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번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이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의 타결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쪽의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는 한국 쪽 수정 양허안에 대해 실망을 표시한 피터 만델슨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의 발언을 소개하며 “(한국 쪽 양허안이)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양쪽 협상단은 이날 첫 협상에서 상품 분과의 관세와 통관, 무역원활화, 기술무역 장벽 등 4개 분야를 포함해 서비스(투자), 전자상거래, 경쟁 등 7개 분야에서 공방을 벌였다. 브뤼셀/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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