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에 금융회사 65% 집중
# 회사원 박아무개씨는 지난 휴가 때 부모님을 뵈러 시골 고향집을 찾았다. 현금을 찾을 일이 생겨 은행을 찾았지만 면에서는 은행을 찾을 수 없었다. 군까지 가서야 농협 지점을 찾아 현금을 찾았다. 현금 인출 수수료가 1천원이 나왔다. 박씨는 시골에서 은행을 이용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 경북 영천시에 살고 있는 신용복(49·자영업)씨는 펀드에 가입하고 싶지만 어디서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서울에 사는 고향 친구는 집 근처 은행에서 펀드를 가입해 7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가까운 주변에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이 없는 신씨에게 펀드 가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금융회사들이 몰리면서 지방에서는 소비자들이 금융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한겨레>가 9개 시중은행의 지점(기업금융 지점 제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은행은 전국적으로 5685개의 지점을 갖고 있으나 3699곳(65%)이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지방에 있는 지점은 1985곳에 그쳐, 전체 지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대동·동남·동화·충청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퇴출됐고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 금융권의 회사들도 잇따라 지점을 폐쇄했다. 부산·대구·광주·경남·전북·전남·제주 등에는 지역은행들이 있지만 이들 역시 지점이 도시 중심으로 퍼져 있어 군이나 면에서는 이용하기 힘들다.
물리적인 접근성뿐만 아니라 대출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전북 지역의 한 중소기업 임원은 “지금이야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만약 경기가 안 좋아진다면 이전처럼 중소기업 대출을 가장 빨리 빼낼 것이 분명하다”며 “지방 중소기업들의 자금 환경은 온탕과 냉탕을 왔다갔다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지방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지역 금융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지방은행의 여신관리 부장은 “지역에선 담보대출을 받더라도 땅 값이나 건물 값이 수도권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지역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인들이 담보대출을 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07년 상반기 지역별 금융기관 대출금 동향’을 보면, 수도권 지역의 대출금 잔액이 628조원으로 지난해 보다 49조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74.9%를 차지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의 대출금 잔액은 올 상반기 354조원으로 16.4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출금 증가액 가운데 수도권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말 56.6%에서 2005년 말 67.8%, 2006년 말 70%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순양 부산은행 금융경제조사팀장은 “자금시장통합법과 바젤2가 시행되면 금융기관은 더 대형화되고 신용도를 더 따지게 돼 지역에서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며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정책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지방에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5월 ‘서민금융 및 지역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금융기관은 신용공급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을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공급해야 한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지방은 대출 뿐 아니라 투자 기회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농촌 지역에는 1500여개의 지역 농협 지점이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와 달리 지역 농협은 제2 금융권으로 분류돼 펀드나 신탁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국내 펀드 판매는 증권사와 은행이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계좌 수 기준으로 전체 펀드 중 58.3%가 증권사에서 판매됐고 은행이 37.9%를 차지했다. 적립식 펀드는 가입자 중 71.6%가 은행을 이용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지방에서 투자설명회를 열면 펀드에 대한 관심은 열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하지만 펀드에 가입 안 한 분들이 많고 요즘 붐이 불고 있는 어음관리계좌(CMA)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미국에선 시민단체들이 금융 서비스가 떨어지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투자설명회와 금융 교육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박순양 부산은행 금융경제조사팀장은 “자금시장통합법과 바젤2가 시행되면 금융기관은 더 대형화되고 신용도를 더 따지게 돼 지역에서 대출받기는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며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정책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지방에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5월 ‘서민금융 및 지역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금융기관은 신용공급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을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공급해야 한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지방은 대출 뿐 아니라 투자 기회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농촌 지역에는 1500여개의 지역 농협 지점이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와 달리 지역 농협은 제2 금융권으로 분류돼 펀드나 신탁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국내 펀드 판매는 증권사와 은행이 독점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계좌 수 기준으로 전체 펀드 중 58.3%가 증권사에서 판매됐고 은행이 37.9%를 차지했다. 적립식 펀드는 가입자 중 71.6%가 은행을 이용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지방에서 투자설명회를 열면 펀드에 대한 관심은 열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하지만 펀드에 가입 안 한 분들이 많고 요즘 붐이 불고 있는 어음관리계좌(CMA)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미국에선 시민단체들이 금융 서비스가 떨어지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투자설명회와 금융 교육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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