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시장에서의 리콜 건수
선진국서 리콜·반덤핑 규제 잇따르자 한국업체 ‘어부지리’
품질 개선 부추겨 역풍 맞을 가능성…제품 차별화가 살길
품질 개선 부추겨 역풍 맞을 가능성…제품 차별화가 살길
중국산 상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품질 불량이나 덤핑으로 잇따라 문제를 일으키면서 중국산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런 중국 상품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단기적으로는 경쟁 관계가 있는 한국에 반사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으나, 중국산과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지 못하면 한국 상품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중국산 석권의 빛과 그림자=코트라 통상전략팀이 해외 무역관들의 현지 조사를 토대로 만들어 27일 발표한 ‘선진국-중국 무역마찰, 그 영향과 대응’ 보고서를 보면, 중국산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01년 4.2%에서 2006년 7.8%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4%에서 8.3%로, 일본은 6.3%에서 5.2%로 줄어들었고, 독일은 8.9%로 제자리 걸음이었다. 중국의 이런 놀라운 성장에 따라 2006년 대 중국 무역적자도 미국 2506억달러(약 230조원), 유럽연합 2538억달러, 일본 257억달러, 캐나다 268억달러 등 엄청난 규모로 커졌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산 상품들은 품질과 안전성 등에서 문제점이 불거졌고 선진국들의 수입 제한 조처도 잇따랐다. 미국에서는 2006년 중국산 불량 타이어, 2007년 상반기엔 중국산 가짜 치약과 유해 물질이 든 수산물·장남감·동물사료 등이 사회 문제가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과 소비재안전위원회 등이 올해 5~8월 내린 리콜 명령 125건 가운데 중국산이 62%(77건)에 이른다. 캐나다와 유럽연합에서도 전체 리콜 가운데 중국산이 각각 62%와 48%를 차지했다.
2006년 미국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상품 중 중국산 비중이 81%였으며, 2004~2006년 세계 반덤핑 피소 건수에서도 중국산이 173건으로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 한국에 기회냐? 위기냐?=이런 중국산 상품에 대한 반감과 규제는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호원 코트라 통상전략팀장은 “중국산의 문제점 때문에 여러 나라들이 수입처 다양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의 유명 가솔린 엔진 제조업체는 중국을 대체하는 부품 공급처로 한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의 한 건축 재료 유통회사도 반덤핑 관세를 받게 된 중국산 대신 한국 제품으로 수입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품질이 따라 가격 차이가 이미 커진 타이어 같은 제품은 중국산이 리콜되더라도 한국산이 이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산 때문에 세계적으로 상품 무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한국 같은 수출 중심 국가들이 함께 피해를 볼 수도 있으며, 중국산에 대한 제재가 장기적으로 중국 상품의 품질 개선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성주 코트라 통산전략팀 과장은 “결국 브랜드, 품질, 안전, 건강 등을 앞세워 시장과 상품을 차별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단기간에 시장·기술·브랜드를 확보하려면 선진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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