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20대 비정규직 ‘은행 텔러’ K이야기

등록 2007-10-08 01:43수정 2007-10-08 09:52

26살. 빛나는 20대다. 그는 인기 여자 가수와 같은 이름을 가졌다. 그는 그 가수만큼 예뻤다. 여느 젊은이들처럼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그는 비정규직이다. 지난해 입사한 1년차이지만 비정규직의 힘겨움을 이미 다 알아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이 그를 짓누른다고 했다.

81년생인 그는 재수를 거쳐 2001년 서울 중위권 대학의 어문학과에 입학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예식장, 마트, 주차장,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지난 2005년에는 중국으로 어학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1 청년실업

4학년 졸업반이었던 2005년 하반기, 그는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썼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100번이 넘는 이력서를 썼지만 대부분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다. 2006년 2월에 졸업했지만, 그는 실업자로 사회에 나왔다. 남학생 동기들의 80%는 무역회사에 취업했다. 여학생들의 80%는 취업을 못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해야 했다. 그해 하반기 그는 비정규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규직으로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은행 텔러라고 불리는 창구직이었다. 그해 12월 그렇게 그는 비정규직이 됐다.

#2 비정규직

연봉은 동일 업무 정규직의 절반 정도이다. 정규직 신입 행원 연봉은 약 3800만원. 하지만 열심히 했다.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여서 이를 악물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다. 창구직을 처음 맡았을 때 너무나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펀드·보험·카드 상품 판매 등을 모두 알아야 했다. 고객들이 물어보면 얘기해줘야 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은행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입행 후 재미를 느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했지만 집에서도 공부를 했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공부했다. 자격증도 3개씩 땄다.

#3 차별

몇달 전 지점장이 티타임 때 얘기를 했다. “비정규직은 다음주부터 펀드와 보험, 카드를 판매하지 못한다”라고. 직군을 분리해 비정규직은 단순 예금과 출금만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신 그는 비정규직법안 시행 뒤, 체력단련비와 같은 수당을 받았다. 연 100만원. 하지만 그는 잉여 인력으로 취급받는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4 연대

은행 노조는 우리를 믿고 따라오라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들은 노조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다. 정규직만 가입돼 있는 노조는 정규직 위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노조가 비정규직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서운해 한다.

#5 꿈

더 넓은 세상에서 배우고 싶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 자기 개발도 못하고 로봇처럼 단순 업무만 하면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고용 불안을 걱정하며 살아가기는 더 싫다고 했다. 그는 텔러직을 그만둘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둔 뒤 그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비정규직이라는 생각이 그를 주저하게 만든다. 정혁준 기자, 유희곤 인턴기자(연세대 사학)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