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
네그로폰테 휴대폰·노트북 등 ‘단순함의 미학’ 역설
“싼 것과 싸구려는 다르다.”
산업자원부 주최로 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부품·소재 국제포럼’의 기조연설자 말이다. 연설자는 정보통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그는 합리적 가격임에도 높은 품질을 갖춘 제품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부품·소재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싸지만 양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로, 네그로폰테 교수가 제시하는 것은 ‘단순성’이다. 그는 “내 경험으로 봐도 프로그램 역시 가장 먼저 개발된 것이 가장 좋고 다음 버전을 갖고 올 때마다 ‘사족’ 성격의 기능을 더하다 보니 질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많이 봤다”며 단순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컴퓨터 같은 전자제품에서도, 부품 가격은 18개월마다 한 번씩 절반으로 떨어지는데 전자업체들이 필요없는 기능들을 추가해 완제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기능 비대증’에 빠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용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는 또다른 사례로, 그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스포츠실용차(SUV)들은 사용하는 에너지의 95%가 승객이 아니라 차량 자체를 이동시키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컴퓨터도 마찬가지로, 컴퓨터 프로세서의 속도는 5~10배 빨라졌지만 오늘날 쓰는 컴퓨터는 5년 전보다 속도가 더 느려졌다”고 평가했다.
‘멀티미디어’와 ‘정보고속도로’라는 개념의 창시자이기도 한 네그로폰테 교수는 ‘2B1’이란 재단을 만들어 제3세계 국가 어린이들의 인터넷 활용을 돕기 위한 운동도 벌이고 있다. 핵심 사업은 ‘100달러짜리 노트북컴퓨터’ 보급이다. 그는 “100달러 노트북컴퓨터의 경우 수리점도 없는 오지에 보급될 것이므로 이런 점을 고려해 사용자가 손쉽게 고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며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싸구려 부품과 노동력에 싸구려 디자인으로 값싼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100달러 노트북’에서 원하는 것은 첨단기술과 신소재를 사용하면서도 멋지게 디자인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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