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대림 고소에 이르기까지 일지
지분 절반씩 가진 양사 갈등폭발 법정싸움으로
이준용 회장 “김승연 회장 고소”…한화쪽 발끈
이준용 회장 “김승연 회장 고소”…한화쪽 발끈
국내 최대 석유화학제품 기초원료 생산업체인 여천엔시시(NCC)가 내분의 회오리에 말렸다.
이 회사 지분 절반을 갖고 있는 대림산업이 29일 나머지 절반을 가진 한화 쪽의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 이신효 여천엔시시 공동대표 부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대림 쪽은 앞으로 민사소송도 제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 쪽은 “올 봄부터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김 회장을 고소한 건 어처구니없다”며 “비이성적 돌출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림 쪽 손해 1조92억원”=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긴급 기자간담회장엔 술렁임이 번졌다.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며칠 전 여천엔시시의 등기이사로 복귀한 그가 평화적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김승연 회장 고소’라는 예측 못한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온 듯했다. 최근 이신효 여천엔시시 부사장(한화 쪽 공동대표)이 “대림이 보유 지분을 넘긴다면 한화가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신문을 들고나와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경영진 간의 협조·대화 부족으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장기발전계획과 국외투자도 대림 쪽 반대로 힘들다’는 부분이 허위 사실로 대림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지분 운운 할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그는 “지난 8일부터 닷새 연속 빠진 대림산업의 주가 손실액이 1조92억원에 이른다”며 최근의 주가하락도 한화 쪽 인사의 발언 탓으로 돌렸다. 대림 쪽 김문주 변호사는 “이신효 대표가 한 말은 한화그룹 차원에서 교사 내지 지시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화는 “이 대표가 그런 말을 한 적도, 그룹이 어떤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두 그룹 갈등 왜?=여천엔시시는 1999년 12월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이 각각 여천공단에 지은 나프타분해시설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통합해 출범한 회사다. 당시 이 합작은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았다. 우선 50 대 50의 합작인데도 애초 대림 쪽 시설과 인원이 7 대 3 정도로 많았다. 그럼에도 ‘절반씩의 지분’이라는 이유로 대표이사는 물론 등기이사, 감사까지 각각 1명씩 나눠 맡고 주요 간부 자리도 기계적으로 나눴다. 이익 배분과 투자도 ‘절반씩’을 고집해왔다. 그러면서 한화 쪽 계열사로의 매출비중은 대림 쪽 그것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올해 초엔 재무팀장 인사를 두고 갈등을 빚었고 지난 9월 초엔 대림 쪽 관리자들이 서울본사의 이신효 대표 사무실에 들어가 집단행동을 벌이다 고소당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노조의 파업수습 과정에도 양쪽은 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양쪽의 갈등은 해묵은 것이며 그동안 ‘불안한 동거’를 해온 것뿐이라 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위기에 빠졌던 두 회사가 합작형태의 구조조정으로 정상화되자 이익을 놓고 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천엔시시의 매출액은 3조4899억원이며, 에틸렌·프로필렌 등 대부분 주력제품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 1위다. 최근 3년 사이 순이익도 연간 2천억~4천억원대로 안정적이다. 김영희 김지은 기자 dora@hani.co.kr
여천NCC 연혁
두 그룹 갈등 왜?=여천엔시시는 1999년 12월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이 각각 여천공단에 지은 나프타분해시설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통합해 출범한 회사다. 당시 이 합작은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았다. 우선 50 대 50의 합작인데도 애초 대림 쪽 시설과 인원이 7 대 3 정도로 많았다. 그럼에도 ‘절반씩의 지분’이라는 이유로 대표이사는 물론 등기이사, 감사까지 각각 1명씩 나눠 맡고 주요 간부 자리도 기계적으로 나눴다. 이익 배분과 투자도 ‘절반씩’을 고집해왔다. 그러면서 한화 쪽 계열사로의 매출비중은 대림 쪽 그것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올해 초엔 재무팀장 인사를 두고 갈등을 빚었고 지난 9월 초엔 대림 쪽 관리자들이 서울본사의 이신효 대표 사무실에 들어가 집단행동을 벌이다 고소당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노조의 파업수습 과정에도 양쪽은 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양쪽의 갈등은 해묵은 것이며 그동안 ‘불안한 동거’를 해온 것뿐이라 보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위기에 빠졌던 두 회사가 합작형태의 구조조정으로 정상화되자 이익을 놓고 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천엔시시의 매출액은 3조4899억원이며, 에틸렌·프로필렌 등 대부분 주력제품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 1위다. 최근 3년 사이 순이익도 연간 2천억~4천억원대로 안정적이다. 김영희 김지은 기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