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곡물 국제 가격 추이
곡물값 뛰자 라면·과자 등 식료품값 인상 ‘도미노’
고유가까지 이중고…“향후 10년간 지속 가능성”
고유가까지 이중고…“향후 10년간 지속 가능성”
‘애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했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말로, 국제 곡물 가격 급등에 따라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물가 상승을 표현한 신조어다. 밀·옥수수·콩 등 국제 곡물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국내 식료품값이 줄줄이 따라 오르는 것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 상승 못지 않게 특히 서민 생활에 큰 부담을 준다.
■ 얼마나 올랐나?=국제 밀값은 2005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2005년 9월 t당 132.66달러였던 밀값은 올해 12월물 인도분 선물 가격이 125%나 급등해 298.44달러까지 치솟았다. 옥수수는 2005년 9월 t당 82.63달러였으나, 올해 12월물 인도분 선물 가격은 147.73달러로 78.8% 급등했다.
곡물값 상승은 마치 도미노처럼 각종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가격을 10~20% 올렸고, 과자·식용유 업체들은 지난 10월에도 10~35%씩 가격을 인상했다. 사료값 인상으로 우유·치즈 등 유제품의 원자재값도 50~100% 올랐다. 밀가루가 주원료인 라면·과자·빵 가격은 조만간 또 15~30%씩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음식점과 분식점도 뒤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1월 생산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4.4% 올랐다. 이는 2004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에너지 요금과 운임 상승 등이 주요인이었다. 곡물값 급등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물가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왜 오르나?= 곡물값 급등의 직접적 요인은 수요 폭증이다. 식용·사료용·에너지용 세 가지 용도로 곡물이 사용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대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곡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데다, 육식이 일반화되면서 사료 곡물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1980~2006년 닭고기는 3.7배,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1.2배, 2.0배 생산이 늘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바이오에탄올 등 대체 연료 수요까지 급증했다. 2006년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수요량은 550만t으로, 2003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는 전체 생산량의 20%에 해당된다.
에너지값 상승으로 곡물 생산·유통 비용도 증가했다. 올 초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2100달러 수준이던 부산~로테르담 노선 해상 운임은 현재 310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탓도 크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밀 생산량은 2006년 2540만t에서 올해 990만t으로 금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길(미국) 등 5대 곡물메이저가 세계 곡물 수출의 약 60%를 점유하면서, 가격 형성에 독점적 영향을 끼치는 독과점 구조도 원인으로 꼽힌다.
■ 더 오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의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낸 ‘농업 전망 2007~2016’에서 애그플레이션이 앞으로 10년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흥 시장의 소득 증대에 따른 소비 증가, 바이오 연료용 수요 증가, 국제 유가 급등 등 구조적 요인이 바뀌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는 2008 곡물연도(2007.9~2008.8) 기준으로 쌀·옥수수·밀·보리·귀리 등 세계 곡물 재고율(재고량/소비량)이 15.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1972~73년 ‘곡물 파동’ 때의 재고율 15.4%보다 낮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유가와 곡물값 상승 요인이 서로 얽인 탓에 애그플레이션과 오일 쇼크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명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곡물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어 부담이 큰데다, 유가 급등마저 이어지면 1973년과 같은 곡물·유가 동반 파동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애그플레이션 흐름도
미국 농무부는 2008 곡물연도(2007.9~2008.8) 기준으로 쌀·옥수수·밀·보리·귀리 등 세계 곡물 재고율(재고량/소비량)이 15.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1972~73년 ‘곡물 파동’ 때의 재고율 15.4%보다 낮은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유가와 곡물값 상승 요인이 서로 얽인 탓에 애그플레이션과 오일 쇼크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성명환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곡물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어 부담이 큰데다, 유가 급등마저 이어지면 1973년과 같은 곡물·유가 동반 파동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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