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내비게이션 시장 성장 추이
업체 각축전 불구 삼보컴퓨터·레인콤 속속 진출
보급률 10%대 국내·외 ‘성장가능성’ 기대 높아
보급률 10%대 국내·외 ‘성장가능성’ 기대 높아
차량용 내비게이션 시장이 대기업들의 잇단 진출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단말기 제조가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이미 수많은 중견·중소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단말기 제조·판매업체 수는 5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팅크웨어, 지오텔(구 카포인트), 현대오토넷, 파인디지털 등 몇몇 중견업체들이 70~80%의 시장을 장악해 놓고 있어 신규 진출회사들이 시장에 뿌리 내리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자회사인 프리샛과 제휴해 내비게이션 ‘파비콘’을 출시했다. 삼보컴퓨터는 올해 인터넷 텔레비전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셀런에 인수된 뒤, 셀런 자회사인 프리샛과의 시너지 효과를 찾기 위해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시장에 많은 업체들이 있지만 우리가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강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엠피3 플레이어 제조업체로 유명한 레인콤도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했다. 레인콤 쪽은 “엠피3 플레이어를 뛰어 넘어 멀티미디어 기기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도 내비게이션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 현대오토넷은 순정 내비게이션 가격을 100만원대로 낮췄다. 새차를 출고할 때 차 구입자의 주문에 따라 미리 장착하는 순정 내비게이션은,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그러나 현대차가 지난 11월 출시한 쏘나타 트랜스폼에 내장하는 내비게이션을 기존 300만원대에서 100만원대로 내렸으며, 기아차도 2008년형 스포티지에 적용하는 내비게이션 가격을 100만원대로 낮췄다. 지엠대우도 내년 초부터 중형 승용차에 적용하는 순정 내비게이션 가격을 대폭 내릴 계획이다.
내비게이션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이 줄지 않는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파인디지털 마케팅팀의 승형욱 대리는 “자동차 등록대수 대비 내비게이션 보급률은 아직 10%대에 머물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단 차보다 달지 않은 차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는 점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적으로도 내비게이션의 수요 확산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에 대한 기대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업체들끼리 저가 출혈판매 경쟁이 이어지며 애프터서비스 부실과 이에 따른 소비자 불신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판매가 빠르게 증가해도 수익성을 맞추지 못하는 업체들도 있다. 지난 6월에 내비게이션 전문업체 노바일렉트로닉이 외형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도를 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내비게이션 단말기 뿐만 아니라 우수한 지도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하거나 전문업체와 제휴해 수시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장에서 아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 정보팀의 김재희 자동차 담당은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도 제품을 차량에 쉽게 장착할 수 있게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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