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상속등 270명 한달동안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미국·유럽 등지로 수출하는 제조업체 사장 ㄱ아무개씨는 집안 경영도 ‘국제적’이다. 부인과 유학 중인 아들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엔 고급주택이 세 채(총 시세 220만달러)나 있다. 또 유학 중인 20대 초반의 아들이 대표이사로 돼 있는 회사는 최근 캘리포니아의 500만달러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우리 돈으로 70억원을 웃도는 미국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ㄱ씨는 회사자금을 불법으로 유출하고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국세청의 종합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12일 국세청은 음성탈루 소득자 270명에 대한 대대적인 종합 세무조사에 나섰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국내 탈세소득 국외 유출 △조직폭력과 연계된 대형 유흥업소 경영 및 소득을 웃도는 과소비 △기업자금 불법 유출과 변칙적 사전 상속 △기획 부동산업 등 부동산 투기조장 혐의를 받고 있는 개인과 기업들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친 ‘종합적’ 세무조사는 처음”이라며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높은 소득을 올리고도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례를 확인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전산망에 구축된 지난 5년여 동안의 부동산 거래 자료와 외환거래 자료 등을 분석해 조사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11일 밤 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45개 유흥업소에 조사 인력을 넣어 과세증거를 확보했으며, 나머지는 이날부터 통지를 보내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검찰,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 등에 고발·통보할 계획이다. 조사는 한 달 동안 계속되며, 경우에 따라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탈세에 사후·단편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사전 대응에 주력하겠다”며 “더욱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기업의 변칙적 거래와 상속 등도 세법 안에서 최대한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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