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추이
전문가들 “3차 오일쇼크 없을듯”
초고유가 장기화가 문제
초고유가 장기화가 문제
세계 경제가 ‘유가 100달러’ 충격 속에서 2008년을 열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일(현지시각) 거래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장중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상품시장을 출렁거리게 했다. 이날 유가는 지난해 말 종가보다 배럴당 3.64달러 오른 99.62달러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3차 오일 쇼크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가 더 들썩일 것으로 보여 새 정부의 새해 경제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커지게 됐다.
급등 원인=지난 1일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반군이 경찰서와 호텔을 습격한 사건이 새해 벽두 유가를 자극했다.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암살도 미국의 ‘중동 경영’에 악재라는 전망을 낳으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또 지난해 말 터키 군이 이라크 북부에 맹폭을 가하는 등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7주 연속 감소해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악재였다. 중국과 인도의 수요 증가는 가파른데, 석유수출국기구(오펙)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증산에 미온적인 것도 구조적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67%, 나스닥지수는 1.61% 떨어졌다. 3일 홍콩(-2.44%)과 대만(-1.66%) 등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하락했다. 달러 가치도 함께 추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장중 한때 30 이상 떨어지며 1821.61까지 내려갔으나 저가 매수세가 들어와 0.72 내린 1852.73에 마감됐다. 금을 비롯한 다른 원자재 가격들도 사상 최고치 또는 수십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일쇼크 오나?=1·2차 오일 쇼크 이후 1986년부터 99년까지 ‘저유가 시대’를 지내온 세계 경제는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다시 ‘신고유가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지난 3년간 유가 상승은 과거 오일 쇼크와 비교해 완만하고, 세계 산업의 석유 의존도가 크게 떨어져 이전과 같은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수급에 차질을 빚을 만큼 위급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강제적인 수요 억제책 같은 비상 대책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중국·인도 등 가격 상승에도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개도국이 소비 중심국이다 보니 수급 상황이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달러 약세나 투기자본 유입 등 여러가지 통제하기 어려운 불안 요소가 함께 결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00달러 가운데 많게는 40달러가 투기자본에 의한 거품인 것으로 본다. 하지만 달러 약세나 미국 저금리가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어서 투기자본의 유입을 막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책보다는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순진 ‘에너지 전환’ 대표(서울대 교수)는 “기업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성공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큰 것만 찾는 소비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정책 발상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희 이본영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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