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 세금변동 내역
정유사들 “세금인하 반영…일선 주유소 판매구조 탓” 책임 돌려
연말 연시 국제 유가의 가파른 상승 행진으로, 정부가 서민들의 겨울 난방비 부담을 들어준다며 시행한 난방용 에너지 세금 인하 대책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정부가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프로판, 도시가스 등에 1일부터 3월30일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해 특별소비세를 30% 내렸지만, 실제 이들의 판매가격은 거꾸로 올라 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울 정릉에 사는 김민자씨는 “(유류세 인하 발표에)연초가 되기를 기다리며 며칠동안 보일러를 안 쓰고 버텼는데, 2일 판매소에 주문을 하려 하니 엘피지 프로판 가스 값이 오히려 2천원 더 뛰었더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유류세 인하방침으로는 난방용 엘피지에 ㎏당 13원 인하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소비자 가격은 제품가격의 상승에 따라 되려 올라간 것이다.
차량용 부탄가스 판매가격도 서울지역 엘피지 충전소의 경우, 새해 첫날부터 ‘ℓ당 960원대 이상’으로 고쳐 달았다. 엘피지 가격은 지난 10월 ℓ당 771.34원에서 11월 804.43원으로 오르는 등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에스케이가스 관계자는 “엘피지 가격은 사우디 아람코가 발표하는 계약가격과 환율을 반영해 결정하는데 지난달 프로판과 부탄 계약가격이 톤당 730달러와 755달러에서 각각 860달러와 885달러로 뛰었다”며 “세금 인하가 있어서 그나마 덜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등유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자로 ℓ당 23원의 판매부과금이 폐지되고, 특소세·교육세·부가세 등이 인하돼 ℓ당 모두 115.11원의 인하가 이뤄진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은 지난주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대한석유협회 쪽은 “정유사들이 공장도가에 붙는 세금은 그대로 다 인하했고 직영 주유소의 경우 가격을 내리도록 계도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일선 주유소에서는 지난해 남은 재고 물량 등을 처분하면서 반영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업계는 엘피지나 등유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일선 충전소·주유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에너지시민연대 쪽은 “정유업계가 과점상태인데다가 복잡하고 불투명한 유통구조 때문에 적정 가격에 대한 감시가 어렵다”면서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누리는 것을 보면 결국 국민들만 고유가의 고통을 지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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