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30대그룹 투자 20% 확대”
삼성 “올해 사업계획도 못잡았다”
삼성 “올해 사업계획도 못잡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삼성, 현대·기아차 등 30대 그룹이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그러나 가장 투자 규모가 큰 삼성을 비롯해 일부 그룹들은 아직 올해 사업 계획도 짜지 않은 상태여서, 전경련이 ‘친기업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나머지 성급하게 뚜껑을 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새해 들어 첫 회장단회의를 열어,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윤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회원사 투자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기업투자협의회’를 만들어 다양한 투자 활성화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해 12월28일 이 당선인이 회장단과 만난 뒤 주요 그룹들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 계획을 조사했더니,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9.1% 증가한 89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30대 그룹은 설비 부문과 연구개발 투자에 모두 75조5천억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대기업 투자 증가율이 한자릿수에 머문 것에 견줄 때 20% 가까이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큰 폭의 증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대 투자 기업인 삼성그룹의 사업 계획과 투자 규모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30대 전체 그룹의 투자 계획이 발표돼, 수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은 “공기업을 제외한 30대 그룹에 질의서를 보내 회신을 받았다”고 했지만, 이날 각 그룹별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4대 그룹의 회장은 이날 회장단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삼성그룹 쪽은 투자 계획을 알려 달라는 전경련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해 설비와 연구개발 부문에 22조5천억원을 투자해, 30대 그룹 전체 투자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임원은 “(특검 여파로) 올해 사업 계획을 정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투자 규모를 밝히란 말이냐”며 “지금으로선 투자가 늘어난다 줄어든다 말한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8조원에서 올해 10조원 안팎을 투자할 계획인 엘지그룹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사업 계획에 따라 예정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확정되지도 않은 투자 계획을 취합해 바람 잡는 것처럼 비춰져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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