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지분구조 현황
M&A 시너지 금호아시아나·한진 유리…자금력 현대중·농협 우위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첫번째 ‘큰 물건’인 대한통운의 새 주인이 18일께 결정될 예정이다. 물류업계 양대 산맥인 한진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쟁을 벌이는 등 대한통운 인수전은 여러모로 관심을 끌고 있다.
법원은 오는 16일까지 대한통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10개 업체로부터 인수제안서를 받은 뒤 매각 주간사와 논의해 18일께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우선협상 대상자가 실제 인수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대한통운 매각 공고가 나간 뒤 금호아시아나와 한진, 현대중공업, 지에스그룹, 농협, 씨제이, 엘에스전선, 에스티엑스, 효성, 서울자산운용(재무적 투자자) 등 10곳이 인수의향서를 냈다. 이들은 오는 16일까지 인수희망 금액과 함께 경영계획과 고용 승계 등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내야 한다. 업계에선 대한통운의 기업가치를 최소 2조4천억원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구도로 미뤄봐서 실제 낙찰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금력 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나, 법원은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나 고용 보장 문제 등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 가운데 자금력으로는 현대중공업과 농협, 지에스그룹 등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몇 년간 조선업의 호황으로 5조원 가량의 여유자금이 있는데다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새 정부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 인수에 큰 비중을 두고 있고, 대주주와 새 정부와의 관계도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농협과 지에스그룹 역시 풍부한 자금력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시너지를 낼 만한 기존 사업이 마땅치 않아 인수합병의 명분은 약한 편이다.
인수합병의 시너지와 관련해서는 금호아시아나와 한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는 기존에 항공과 물류, 렌터카 회사를 보유하고 있어 육상과 일부 해운까지 보유한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종합 물류회사로 도약할 수 있게된다. 그러나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로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게 큰 걸림돌이다.
한진 역시 기존에 항공, 해운, 택배사업을 벌이고 있어 시너지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그러나 기존의 택배 사업과 사실상 중복되는데다, 재계 순위를 두고 금호아시아나를 지나치게 의식한 인수전 참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엘에스전선은 자체 물류회사가 필요하고, 역시 물류가 필요한 자원개발 계열사를 보유했다는 강점이 있으나, 최근 구자열 부회장이 대한통운의 인수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해 일단 인수 의지가 강하지 않아 보인다. 이밖에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온 에스티엑스(STX)그룹이나 이명박 당선인과 사돈지간인 효성그룹, 택배회사를 보유한 씨제이도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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