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티:소사이어티’
게임세상/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고속성장’이란 모터를 달고 앞만 보고 달릴 기세다. 이런 밀어붙이기 성장 추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 세상에서도 고속성장으로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시뮬레이션게임 ‘심시티’는 사용자가 시장이 되어 도시를 경영하는 게임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허허벌판을 개발해 도시를 세워야 한다. 집을 만들고 공장과 빌딩을 지어 산업을 육성한다. 또 곳곳에 전기와 수도를 연결해 살 만한 도시로 만드는 게 게임의 목표다. 무턱대고 건물을 짓고 부수다 보면 도시는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한다. 경제 수치는 올라가지만 그에 따른 환경파괴의 부작용이 나타나 다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발전을 하려니 환경이 파괴되고, 환경을 고려하려니 성장이 더디다. 그래서 최근 출시된 ‘심시티: 소사이어티’는 처음부터 성장과 환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시작한다. 성장을 택하면 단기간에 경제수치를 높일 수 있지만 환경파괴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사진 왼쪽) 반면 환경을 택하면 성장은 느리지만 자연친화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다.(오른쪽) 공해로 찌든 산업도시를 건설하든, 깨끗한 전원도시를 만들든 선택은 사용자의 몫이다.
무조건적인 성장은 게임 속에서 사회문제를 낳기도 한다. ‘리니지’를 비롯한 기존 다중접속역할 수행게임(MMORPG)은 캐릭터를 최고 레벨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게임을 즐기기보다 캐릭터 육성에만 열을 올린다. 최대한 빨리 키우려면 최고급 아이템이 필요하다. 때문에 아이템 현금거래 등 편법적인 수단이 동원된다. 문제는 또 있다. 높은 레벨의 캐릭터들은 낮은 레벨의 캐릭터를 괴롭히기도 하고 착취한다. 또 빈부 격차도 커진다. 이런 악순환을 바로잡기 위해 최근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은 ‘성장’의 개념을 바꿔가는 추세다. 다중접속역할 수행게임인 ‘프리우스’에는 자신의 캐릭터와 함께 ‘아니마’라는 보조 캐릭터가 등장한다. 자신의 캐릭터가 아무리 강해도 보조 캐릭터가 약하면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보조 캐릭터도 잘 보살펴야 한다. 강한 캐릭터와 약한 캐릭터를 조화롭게 성장시키며 사용자는 함께 상생하는 법을 배운다.
자신의 도시나 캐릭터를 개발하고 육성해 좋은 결과를 얻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성장 위주의 플레이는 게임의 재미를 감소시켰다. 이미 게임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장전략에 ‘옐로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덕규/게임메카(gamemec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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