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과 대한통운 현황
인수대금 4조원대 초반 써내 우선협상자 선정
그룹 순위 ‘7위’ 굳히고 ‘육·해·공’ 물류 모두 갖춰
그룹 순위 ‘7위’ 굳히고 ‘육·해·공’ 물류 모두 갖춰
금호아시아나가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았다. 서울중앙지법 제4파산부(재판장 이진성 수석부장판사·주심 이용운 판사)는 17일 대한통운 인수합병을 위한 인수제안서를 받아 평가한 결과, 컨소시엄 네 군데 중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2위는 에스티엑스(STX) 컨소시엄이 차지했다. 법원은 18일 최종적으로 금호아시아나를 우선 협상대상자, 에스티엑스를 예비 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번 선정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와 고용 안정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법원은 이날 “인수대금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인수대금 증가에 따른 추가 배점을 낮추고, 동시에 인수 뒤 경영 능력, 사업 계획, 물류 증대 등 시너지 효과, 그동안 회사의 회생을 위해 노력한 종업원의 고용 안정 등 비계량 항목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고 밝혔다. 인수대금 규모보다는 피인수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보탬이 되는 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날 금호아시아나가 써낸 인수대금이 4조원대 초반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오는 25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다음달 15일 실사를 거쳐 22일께 본계약을 맺게 된다. 금호아시아나는 현재 대한통운의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상증자 뒤 이 지분은 5.6%로 줄어들지만, 새로운 지분 60%를 받게 돼 총 지분은 65.6%로 늘어난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12월 자산 규모 5조5천억원의 대우건설을 인수한데 이어 이번에 자산 규모 1조5천억원의 대한통운을 인수함으로써 그룹 규모에서 경쟁사인 한진을 제치고 7위(공기업과 포스코, 케이티 제외)를 확고히 하게 됐다.
1946년 운송업체인 광주택시로 사업을 시작한 금호아시아나는 이번 대한통운 인수를 통해 육상·항만 물류 기업을 갖춤으로써 종합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미 항공·육상·해상 물류를 모두 갖춘 대표적 종합 물류회사인 한진과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에 대해 대한통운 관계자는 “앞으로 대주주가 적극 투자해 세계적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진철 대한통운 노조위원장은 “금호아시아나는 임직원 고용보장과 임금·복지 향상, 회사의 장기적 발전 방향에 대한 계획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성지 금호아시아나 전무는 “대우건설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종업원의 고용과 단체협약을 승계·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호아시나아그룹과 대한통운 주가는 대부분 떨어졌다. 대한통운은 1만5200원(14.48%) 급락한 8만9800원, 주요 인수사인 대우건설도 2350원(10.49%) 급락한 2만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이번 인수전의 경쟁사였던 한진, 현대중공업, 에스티엑스 등은 모두 올랐다. 시장에서는 인수합병이라는 호재가 사라졌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이어 막대한 자금을 대한통운 인수에 쏟아부어 자금 사정이 나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원 박현철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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