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보율과 설비투자 추이
KDI “순익증가 따른 당연한 현상”…상의쪽 부정적 해석에 반론
최근 기업의 유보율 급증은 재계 등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투자 위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1일 ‘유보율 급증, 정말 문제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유보율은 투자와 별개로 결정될 수 있는 지표이며, 기업의 유보율 급증은 수익성 개선에 따른 긍정적인 현상일 뿐 투자 위축의 결과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보율은 기업이 영업이나 자본거래로 벌어들인 자금 가운데 얼마만큼을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보고서가 2006년 기준 매출액 상위 1천대 기업(한국신용평가정보 기업 데이터베이스 활용)의 유보율 추이를 분석한 결과, 기업 유보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200~300% 사이에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 2003년 이후 400% 넘게 급증해, 2006년 619%까지 높아졌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유보율 상승이 기업의 투자부진에 따른 결과라고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내수진작을 위한 정책 유지와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 정책”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임 연구위원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으로 구분되는 잉여금은 현금이나 실물자산으로 유보될 수 있는데, 회계적으로 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게 유보율”이라며 “유보율 급증은 기업의 순익 급증에 따라 잉여금이 누적되며 발생한 긍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석 대상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순이익 규모가 증가하면서 이익잉여금은 2001년 70조원에서 2006년 251조원으로 급증했다. 순이익 규모의 증가로 유보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분석대상 기업의 설비투자도 꾸준히 늘어났다. 97년 45조원이던 분석 대상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2002년 26조원까지 떨어진 뒤 빠르게 회복해 2006년에는 49조원을 기록했다.
임 연구위원은 “기업 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부채 축소 등 재무구조조정에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잉여금 375조원 중 상당 부분은 생산설비 등의 형태로 투자돼 기업 안에 유보돼 있는 것”이라며 “이 여유자금을 모두 활용하자는 주장은 기업의 생산설비를 매각해 다른 형태의 투자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