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기업경기실사 지수(BSI) 추이
2월 BSI 기준치 밑으로 떨어져 94.8…“금융부실 파장 탓”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바짝 얼어붙었다. 2월 경기 전망을 가늠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기준치인 100 아래로 뚝 떨어지고, 1월 실적치는 전달보다 더 부진한 양상을 나타냈다. 미국발 금융부실(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 따른 세계 경제침체 우려, 원유 및 곡물가 상승 등 대외 여건의 악화가 기업들을 불안 속에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29일 발표한 ‘2월 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94.8로 곤두박질쳤다. 경기실사지수가 100을 웃돌면 경기가 전달보다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다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하며, 100 아래면 그 반대이다. 기업 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116.3을 기록한 뒤 11월 112.4, 12월 103.4, 올 1월 103.0으로 하락하긴 했으나,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기는 지난해 7월(99.3) 이후 7개월 만이다. 1월 실적 지수도 95.2로 석달째 내림세이다.
은현철 전경련 경제정책팀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후폭풍으로 인한 미국경제 불안과 원유 및 곡물 가격의 상승세 지속 등이 2월 경기를 불안하게 보는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환율과 유가, 금리 등 대외 여건에 영향을 많이 받는 수출 기업일수록 불안감이 컸다. 수출 기업들은 특히 미국 소비가 어느 정도 위축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전자의 영업담당 임원은 “판매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체들도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고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수 업체들도 미국발 한파가 국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지 모른다는 걱정에 좌불안석이다.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요 기업들의 4분기 경영 실적은 대체로 좋게 나왔으나, 미국발 금융부실 파장으로 기업들의 경기 전망에 점차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셈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파장이 본격화하면서 기업 뿐 아니라 소비자 지수도 조금씩 나빠진 걸로 나온다”며 “(불안 심리는) 어느 정도는 예상된 일이지만 얼마나 지속되고 어느정도 영향을 끼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기업들의 투자 의지는 가라앉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기업 투자 지수는 103.3으로, 1월에 이어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업들은 내다봤다. 전경련은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 의욕은 좋은 편”이라고 풀이했으나, 삼성을 제외한 주요 그룹들이 지난해 짜놓은 사업 계획에 따라 투자 규모를 미리 정해놨던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새 정부를 의식해 특별히 투자 규모를 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투자를 제외한 수출(99.6), 고용(98.9), 자금사정(98.5), 내수(96.5), 채산성(95.4) 지수는 모두 기준치를 밑돌았다. 홍대선 김회승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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