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양호, 조남호, 조정호 회장
고 조중훈 회장 자택 ‘기념관 건립’ 둘러싸고 갈등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아들형제들 사이의 갈등이 또 소송으로 번졌다. 이들 형제는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이미 3차례의 송사를 벌였거나 진행 중이다.
한진중공업은 4일 “고 조중훈 회장의 둘째아들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넷째아들인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 맏형인 조양호 한진 회장과 계열사 정석기업을 상대로 선대 회장의 자택이었던 ‘부암장’의 상속지분 반환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부암장은 고 조 회장이 개인주택 겸 영빈관으로 사용하던 6600㎡ 넓이의 한옥으로, 현재 고 조 회장의 부인인 김정일씨가 살고 있다.
조남호·조정호 회장은 소장에서 “지난 2002년 선대 회장이 별세한 뒤 2003년 형제들 간의 합의로 부암장을 기념관으로 만들기로 하고, 사저의 지분을 모두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에 넘겼으나 5년이 되도록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고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기념관을 세우는 것은 선대 회장의 뜻인데도 조양호 회장이 부암장을 사유재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은 “형제들이 협의해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했으나, 현재 부암장에 계신 노모가 선대 회장과의 추억이 담긴 공간의 변화를 원하지 않아 공사를 못하고 있다”며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다툼은 기념관 건립보다는 상속 문제로 틀어진 형제들 간의 해묵은 감정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동생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 지분을 둘러싸고 맏형인 조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으며, 이들 형제는 대한항공 면세품 납품업체인 브릭트레이딩을 두고도 2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런 형제간 다툼으로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메리츠화재에 가입한 보험계약을 해지했고, 대한항공은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에 공사를 발주하지 않고 있다. 또 한진중공업과 메리츠금융의 모든 임직원들은 국외 출장 때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고 조 회장이 세상을 뜨자 네 아들은 대한항공,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메리츠금융 등 4개 사업부문으로 재산을 나눠 상속했다. 그러나 자산 규모가 서로 다른 사업부문별 상속을 주장하는 조양호 회장과 자산의 균등한 상속을 주장하는 조남호·조정호 회장 사이에 갈등이 계속돼 왔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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