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강주안 아사아나항공 사장(첫번째), 허남식 부산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신정택 부산국제항공 대표이사가 14일 부산시청 국제소회의실에서 투자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부산국제항공 손잡고 저가시장 전격 진출
자본력·경영경험 차이 ‘빈익빈 부익부’ 우려
중소 항공사 “외국회사와 협력 자구 모색”
자본력·경영경험 차이 ‘빈익빈 부익부’ 우려
중소 항공사 “외국회사와 협력 자구 모색”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의 방침을 뒤집고 전격적으로 저가항공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저가항공 시장은 급격한 지각 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나항공의 전격적인 진출=아시아나항공은 14일 부산시청에서 부산시, 부산국제항공과 함께 3자간의 투자협약을 맺어 앞으로 230억원을 투자해 ‘에어부산’(가칭)라는 저가항공사의 대주주로 참여하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 출자금과 기존 주주의 증자 등으로 자본금을 500억원으로 늘리며, 아시아나항공이 전체 지분의 46%를 갖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출자 외에 운항·정비·훈련·지상조업 등 전반적인 경영 노하우를 에어부산에 제공할 예정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부산시와 부상국제공항의 제안이 있었고, 부산이 한국 제2의 도시여서 부산 기점 항공 노선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며 “늦어도 올해 안에 취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저가항공 진출은 제주항공·한성항공의 하반기 국제선 진출로 동아시아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과 대한항공, 싱가포르항공의 저가항공 진출, 국제선 취항 기준 완화 가능성 등도 주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 저가항공 시장의 양극화=아시아나항공의 진출로 인해 국내 저가항공 시장은 에어부산, 대한항공의 에어코리아, 싱가포르항공의 인천타이거항공 등 대형항공사 계열 3곳, 하반기 국제선 취항을 앞둔 제주항공, 한성항공 등 기존 저가항공사 2곳, 영남에어, 대양항공, 이스타항공, 퍼플젯, 서울항공 등 신규 저가항공사들로 삼분됐다.
그러나 자본력과 영업 노하우 등에서 앞서 있는 대형항공사 계열사들이 다른 중소 항공사들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렬 대한항공 차장은 “안전성과 서비스의 품질 면에서 중소항공사들은 대형항공사를 따를 수 없다”며 “에어코리아는 외국 저가항공사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국제선 진출 예정인 제주항공·한성항공은 아직 국내선 취항도 못한 다른 저가항공사들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 양성진 제주항공 실장은 “올해 국내 저가항공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으로 재편돼 일부 저가항공사들이 밀려나거나 사업을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중소 저가항공사들의 살길은?=신규 저가항공사들은 매우 곤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중소항공사들의 텃밭이었던 저가항공 시장이 순식간에 대형항공사들의 경기장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덕형 대양항공 부사장은 “대형항공사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들어온 중소항공사들이 다시 대형항공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앞으로 대형항공사의 독과점 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년, 2만편 무사고 운항이라는 현재의 국제선 취항 기준을 완화해 중소항공사들이 대형항공사와 겨룰 수 있는 시장을 넓혀줘야 한다”며 “중소항공사들은 지자체와 협력을 더 강화해 틈새시장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산의 이스타항공의 허홍만 팀장은 “신규 저가항공사들이 자력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인천타이거항공처럼 외국 항공사와 손을 잡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퍼플젯의 김명식 매니저는 “신규 저가항공사들은 가격을 더 낮추고 서비스 품질을 더 높이는 식의 극한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군산의 이스타항공의 허홍만 팀장은 “신규 저가항공사들이 자력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인천타이거항공처럼 외국 항공사와 손을 잡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퍼플젯의 김명식 매니저는 “신규 저가항공사들은 가격을 더 낮추고 서비스 품질을 더 높이는 식의 극한의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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