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의 샌더 레빈 위원장
미 하원 무역소위위원장 못박아
민주당 여전히 “내년 새정부서”
부시, 이행법 제출도 미룬 실정
민주당 여전히 “내년 새정부서”
부시, 이행법 제출도 미룬 실정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행법안을 처리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주도의 미 의회에서는 오히려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비준은 내년 새 행정부 출범 이후에야 논의될 공산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 국회가 미 의회 견인 등을 내세워 13일 통외통위에 비준 동의안을 상정해 처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미 하원 세입위 무역소위의 샌더 레빈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각)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한국 국회가 조기 비준하더라도 미 의회가 거기에 맞춰 조기 비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고 이 위원장이 전했다. 미 자동차산업의 본산인 미시간주 출신인 레빈 위원장은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 등 본질적 문제의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올해 비준 절대 불가를 외치는 대표적인 반대파 의원이다.
보호주의 성향인 민주당 지도부의 자유무역협정 반대 방침도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둘 다 반대 견해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년에 새 행정부가 자유무역협정 등 대외 정책 사안들을 재검토한 뒤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돼, 조지 부시 행정부 임기 안에 동의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협정 자체가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 자국에 더 유리한 방향의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더 큰 진통이 불가피하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의회의 강경 분위기 때문에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 맺은 자유무역협정 관련 이행법안의 제출을 미루고 있다. 대통령과 의회 선거라는 정치 일정을 고려할 때 적어도 5월 초까지 법안이 제출되지 않으면 연내 처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선거 일정으로 회기 종료가 9월 말로 당겨지고, 8월9일부터 여름 휴회가 예정돼 있어, 5월 초를 넘기면 ‘90일 이내 투표’라는 규정 자체를 지키기 어려워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한국 쇠고기 시장의 전면 개방을 전제조건으로 삼는다. 한국보다 일찍 서명한 콜롬비아·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 비준도 지연돼, 처리 순서에 변화가 없는 한 한국과의 협정은 상정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4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쇠고기 문제가 타결돼 탈출구가 마련된다면 상반기 통과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근거로 공화당 160∼170명, 민주당 70∼100명의 지지를 얻어 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한다는 복잡한 셈법을 제시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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