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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씨마르는 국산돼지…밀려오는 수입돼지

등록 2008-02-28 19:40수정 2008-02-28 19:48

칠레의 세계적 농업기업 ‘아그로수퍼’의 돼지고기 판매 론칭 행사가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요리연구가 이혜정씨가  칠레 산 돼지고기로 요리를 만들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칠레의 세계적 농업기업 ‘아그로수퍼’의 돼지고기 판매 론칭 행사가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요리연구가 이혜정씨가 칠레 산 돼지고기로 요리를 만들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농가는 사료값·FTA 타격 10년만에 3분의1로 줄어
외국업체는 마케팅 무장 시장 점유율 쑥쑥 높여
#1. 28일 낮,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유명 요리연구가 이혜정씨의 돼지고기 요리 시연회가 열렸다. 이 행사를 연 칠레의 세계적 농축산 기업인 ‘아그로수퍼’는 지난해 매출액 12억달러(약 1조1천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에는 2002년 돼지고기 수출을 시작해 한화·대한제당·태진 등 국내 기업을 통해 연간 3만t의 판매고(수입돈육 점유율 10%)를 올리고 있다. 아그로수퍼는 이날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2. 같은 시간, 충남 홍성에서 돼지 3천마리를 키우는 한흥재(49)씨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내달 1일부터 사료값이 또 오른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사료값이 또 오르면 매달 적자가 3천만원을 넘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 여주에서 돼지 2200여 마리를 키우는 이아무개씨는 “예전에 사료 100t을 쓰면 3천만원이면 됐는데, 지금은 5천만원도 넘게 든다. 작년에만 1억2천만원 적자를 봤고, 지금은 외상으로 사료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돼지의 씨가 마를 날도 멀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하는 가운데 경쟁력 우위를 앞세운 외국 농축산 업체들은 한국에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국제 곡물값 상승에 따른 사료값 급등, 돼지 질병에 따른 폐사 등의 어려움으로 국내 돼지농가 수는 줄어들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돼지농가 수가 처음으로 1만 가구 아래로 내려갔다. 1997년까지만해도 2만7천여 가구에 이르던 돼지농가 수는 지난해 말 9832가구로,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03년 연간 6만813t이 들어왔던 수입 돼지고기가 지난해에는 5년 만에 4배 이상 늘어 24만7403t이나 수입됐다. 이날 아그로수퍼가 마케팅 행사를 벌인 것을 비롯해, 지난해 4월 칠레돈육생산자협회는 ‘칠레포크’를 론칭했고, 프랑스·영국 등 유럽의 돈육생산자 단체들도 2006년 이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씨마르는 국산돼지…밀려오는 수입돼지
씨마르는 국산돼지…밀려오는 수입돼지
최근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를 위해 쇠고기 시장 개방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양돈 농가는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구나 돼지고기 수입 1위인 미국산이 자유무역협정까지 시행되면 값이 더 내려가게 된다.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직후,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돼지고기 시장을 점유하리라는 우려로 돼지 값이 폭락하기도 했다.

배합사료 업체들은 곧 사료값을 8% 정도 인상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2006년 10월 이후 사료값 인상률은 무려 40%를 웃돈다. 사료 업체의 한 관계자는 “5~7월 정도까지 사용할 물량을 확보했지만, 그 뒤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경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며, 돼지농장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농장주가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기 여주의 이아무개씨는 “적자 누적으로 농장이 사료회사나 금융기관에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일부 농장주는 돼지를 버려두고 도망가는 일도 생기고 있는데,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을 위해서 쇠고기 시장까지 열리면 다 죽는 일밖에 없다”며 불안해 했다.

농가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사료구매자금 1조원 지원 대책 외에는 나온 게 없다. 1조원 지원책에 대해서도 농민들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흥재씨는 “이미 양돈 농가의 부채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담보력이 부족해 지원을 받지 못할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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