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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름값에 ‘기름 들이붓다’

등록 2008-03-06 19:30수정 2008-03-06 23:40

“(기름값이) 아주 미쳤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회장이 5일(현지시각) 이런 말을 내뱉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은 하루 만에 무려 5%(5달러)나 치솟아 배럴당 104.52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배럴당 5달러 급등은 석유가 국제시장에서 거래된 이래 사상 두번째다.

유가 하룻만에 5달러 뛰어 104.52달러
“약달러가 주범” “오펙 공동행동도 한몫”

‘네탓’ 공방=석유 수출국들은 최근 ‘유가 급등의 주범’으로 미국 달러화 약세를 꼽는다.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오펙)의 총회는 원유 생산량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차키그 켈릴 오펙 의장은 “미국 경제의 잘못된 운용”이 세계 원유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고유가의 원인은 원유공급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며 “원유공급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펙 총회에서 증산을 결정하지 않으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터였다. <뉴욕타임스>는 “오펙으로부터 부시가 퇴짜맞았다”고 이날 상황을 전했다.

실제 멈추지 않는 달러화의 추락은 고유가에 결정적이다. 달러 약세는 그 자체가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제유가에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킬 뿐더러, 투자자들도 미국 증시나 채권을 떠나 석유시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가이 카루소 미국 에너지정보청장은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부분은 투기행위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4월 이후에는 석유 수요가 줄 것으로 보이지만, 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다시 내려 달러가치를 약화시키면 유가를 또 자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그만 요인에도 널뛰기=석유공사의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최근의 상황은 달러 약세를 배경으로 조그만 요인만 생겨도 원유가가 ‘널뛰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5일 뉴욕시장의 기름값에 ‘기름’을 부은 것은 미국의 석유 재고가 8주 만에 줄었다는 발표와 5위 석유 수출국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사이의 대립 소식이었다.

구자권 팀장은 “평소대로라면 3월은 비수기에 접어들어 가격이 내려가야 하지만 여름 휘발유 성수기를 대비해 세계 정유공장들이 가동률을 올리고 있는데다 투기자금의 상품시장 유입으로 가격하락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오펙 총회가 베네수엘라의 자원민족주의를 지지하는 문구를 공동선언문에 채택한 것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최근 엑손모빌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와 갈등을 벌이며 영국과 네덜란드 법원 등에 베네수엘라 국외자산의 동결 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는데, 오펙은 “베네수엘라와 국영석유회사를 지지하며 자국 천연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국제법과 일치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다. 2차 오일쇼크 이후 공동행동을 자제해온 오펙이 고유가를 배경으로 목소리를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피에프시에너지의 로저 다이완은 “오펙은 유가 거품이 꺼질 것을 우려해 계속 수급을 빡빡하게 가져가면서 가격이 오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이본영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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