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스콘신의 혁신전략은 농업부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순수 농업에서 농가공산업으로 발전하거나 부대사업을 해서 농민들이 하는 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과정이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위스콘신은 ‘미국의 낙농국’이라고 불릴 만큼 낙농업이 발달한 곳이다. 우유는 물론, 버터와 치즈 같은 유가공제품은 위스콘신산이 미국에서 제일 유명하다. 하지만 위스콘신의 자랑인 낙농업도 90년대 초반부터 시장개방의 파고를 쉽게 넘어서기 어려웠다. 시장개방에 따른 손실만큼 정부가 농가소득을 보전해줬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이에 따른 농민들의 선택은 스스로 연합해서 대형화와 유가공업 제조 및 판매 등 연관산업으로 발을 뻗은 것이다. 이런 사업다각화를 위한 경영자문과 교육훈련, 마케팅활동 등에 주정부는 적극 지원했다. 그래서 위스콘신에는 농업뿐 아니라 도소매와 무역, 관광, 금융, 심지어 제조업까지 같이 하는 농민들이 많다.
밥 크롭 소장은 “위스콘신에는 200여개의 농민협동조합이 있는데 이들이 공급하는 유가공제품들의 품질이 좋고 가격경쟁력도 높아 전체 소매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노동부의 통계를 보면, 1979년에서 2002년까지 위스콘신 농민의 실질소득은 39.5% 증가해 전체 산업별 종사자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매디슨/박순빈 기자
[사진설명]짐 돌 주지사(맨위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위스콘신 남동부지역개발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 전자부품업체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위에서 두번째부터 위슨콘신대학이 외부 주민들이나 직업훈련생들에게 개방형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치즈가공, 인테리어디자인(위에서 세번째), 생명공학기기(네번째), 일반교양 교실 등이다. 사진 위스콘신주정부, 위스콘신대학 제공.
“노동력 싼값경쟁땐 악순환, 경제주체 협력이 성장동력” ■조엘 로저스 전략센터 소장 %%990002%% 위스콘신 성장전략의 기본구상은 위스콘신전략센터(Center On Wisconsin Strategy)에서 나왔다. 위스콘신대학 부설 연구기관이자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자문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 센터의 조엘 로저스(위스콘신대 사회학 교수) 소장은 “건강한 노동, 질 높은 노동의 공급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노동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그는 지난 2003년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선정한 ‘21세기 미국 사회를 이끌 100대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평소 강조하는 ‘높은 길’(High-Road) 방식이란 어떤 것인가?
=노동시장을 시장의 가격경쟁원리에 맡기면 저임금, 저생산성, 저고용, 저성장의 악순환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게 이른바 ‘낮은 길’(Low-Road)이다. 반면 ‘높은 길’은 친노동, 친환경, 고임금, 공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각 경제주체들이 상호협력을 해서 성장도 저절로 이뤄지게 하는 과정이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노동친화적 시장경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모범 사례를 들 수 있나?
=북유럽의 일부 나라들말고는 아직까지 완벽한 하이로드는 찾기 어렵다. 위스콘신주도 미국에서는 앞서 가지만 두가지 길이 혼재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를 좀더 높여 실질화해야 한다. 하이로드는 기업단위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개별기업의 이익을 벗어나야 한다. 산업부문간 연관성이 높고 노·사·정 협력이 잘되는 대도시 지역단위에서 적합한 성장모델이다. -위스콘신의 성장전략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깊고 좋은 공공재’를 공급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협력모델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깊다’라는 뜻은, 과거 유럽식 복지모델과는 달리 일과 연계된 복지, 전체 경제의 생산성과 연결되는 복지, 그렇지만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복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친화적 복지는 규제는 줄여주되 노동과 환경에 대한 기준은 높이는 것이다. -자본축적이 덜 된 개발도상국 같은 곳에서는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재원이 없어 하이로드 방식을 채택하기 어렵지 않은가?
=미국 역사에서 하이로드 방식에 가장 가까운 발전단계는 1930~1950년대 연방주의가 크게 신장되었을 때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의 국경간 이동을 통제해야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하이로드를 추구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든지 지배자본이 국민이나 지역적 이해와 좀더 밀착해야 하이로드를 향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가 더 쉽다. 매디슨(미국 위스콘신주)/글·사진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사진설명]짐 돌 주지사(맨위 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위스콘신 남동부지역개발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한 전자부품업체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위에서 두번째부터 위슨콘신대학이 외부 주민들이나 직업훈련생들에게 개방형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치즈가공, 인테리어디자인(위에서 세번째), 생명공학기기(네번째), 일반교양 교실 등이다. 사진 위스콘신주정부, 위스콘신대학 제공.
“노동력 싼값경쟁땐 악순환, 경제주체 협력이 성장동력” ■조엘 로저스 전략센터 소장 %%990002%% 위스콘신 성장전략의 기본구상은 위스콘신전략센터(Center On Wisconsin Strategy)에서 나왔다. 위스콘신대학 부설 연구기관이자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자문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 센터의 조엘 로저스(위스콘신대 사회학 교수) 소장은 “건강한 노동, 질 높은 노동의 공급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며 노동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그는 지난 2003년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선정한 ‘21세기 미국 사회를 이끌 100대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평소 강조하는 ‘높은 길’(High-Road) 방식이란 어떤 것인가?
=노동시장을 시장의 가격경쟁원리에 맡기면 저임금, 저생산성, 저고용, 저성장의 악순환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게 이른바 ‘낮은 길’(Low-Road)이다. 반면 ‘높은 길’은 친노동, 친환경, 고임금, 공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각 경제주체들이 상호협력을 해서 성장도 저절로 이뤄지게 하는 과정이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노동친화적 시장경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모범 사례를 들 수 있나?
=북유럽의 일부 나라들말고는 아직까지 완벽한 하이로드는 찾기 어렵다. 위스콘신주도 미국에서는 앞서 가지만 두가지 길이 혼재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를 좀더 높여 실질화해야 한다. 하이로드는 기업단위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 개별기업의 이익을 벗어나야 한다. 산업부문간 연관성이 높고 노·사·정 협력이 잘되는 대도시 지역단위에서 적합한 성장모델이다. -위스콘신의 성장전략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깊고 좋은 공공재’를 공급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협력모델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깊다’라는 뜻은, 과거 유럽식 복지모델과는 달리 일과 연계된 복지, 전체 경제의 생산성과 연결되는 복지, 그렇지만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복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친화적 복지는 규제는 줄여주되 노동과 환경에 대한 기준은 높이는 것이다. -자본축적이 덜 된 개발도상국 같은 곳에서는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재원이 없어 하이로드 방식을 채택하기 어렵지 않은가?
=미국 역사에서 하이로드 방식에 가장 가까운 발전단계는 1930~1950년대 연방주의가 크게 신장되었을 때다. 개인적으로는 자본의 국경간 이동을 통제해야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하이로드를 추구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든지 지배자본이 국민이나 지역적 이해와 좀더 밀착해야 하이로드를 향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가 더 쉽다. 매디슨(미국 위스콘신주)/글·사진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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