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가·수출까지 휘청
13일 엔-달러 환율의 달러당 100엔대 붕괴는 최근 극심해지고 있는 세계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정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하고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값이 치솟으면서 ‘달러 이탈’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 큰 폭의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유로나 엔 등에 대한 달러 약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엔의 상승세는 더욱 거침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통화에 대한 엔의 종합적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 환율’이 과거 최저 수준이었던 1973년(달러당 265엔)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지가 큰 것이다.
엔화의 거침없는 강세는 국제 금융·외환시장에 또다른 ‘대혼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세계 곳곳에서 과거 싼 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른 금융자산에 투자한 자금들이 무더기 청산(엔캐리트레이드)에 나서게 된다.
일본 경제는 엔 급등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에다 주가 급락까지 겹쳐 비틀거리고 있다. 노무라증권이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올라가면 주요 기업의 2009년도 예상 경상이익은 0.48% 감소한다. 오타 히로코 경제재정상은 13일 참의원에서 “미 경제의 감속으로 수출이 감소하고 경기후퇴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