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08 경제전망
고유가·고환율 대외악재로 목표달성 난관
수출·성장 중심 정책이 되레 상처 덧낼 판
수출·성장 중심 정책이 되레 상처 덧낼 판
‘성장률 6%, 물가 상승률 3.3%, 경상수지 적자 70억달러’.
유가 급등과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불안 등 대외 경제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빠져,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집권 첫 해의 거시경제 목표치 달성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 경제팀의 정책 방향이 대외 악재의 부작용을 되레 키우는 ‘엇박자’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세마리 토끼, 다 놓칠수도=우리 경제를 매섭게 몰아치는 첫번째 태풍은 치솟는 국제유가다. 국내 수입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4일 배럴당 100.18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어섰다. 올 들어 지난 주말까지 두바이유 가격은 이미 12.19%나 올랐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마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은행간 거래에 적용된 원-달러 기준환율은 1달러당 997.30원을 기록했다. 달러에 견준 원화 가치는 올 들어 6.3%나 떨어졌다.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은 고스란히 국내 물가에 상승압력으로 돌아온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올해 경상수지 적자 방어선이나 물가억제 목표치는 이미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2008년 경제운용계획’에서는 ‘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80달러(두바이유 기준), 환율은 달러당 940원’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미 이 전제를 한참 벗어나 있다.
우리나라는 한해 9억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므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경상수지에는 90억달러만큼 적자요인이 더 생긴다. 물가와 성장률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환율이 1% 오를때마다 국내 물가엔 0.07%포인트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유가가 10% 오르면 성장률은 0.2%포인트 낮아진다는 게 한국은행의 추정이다. 오석태 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국제 유가 등 현재와 같은 대외 여건이 계속된다면, 성장률은 제쳐놓더라도 물가는 3%대 후반, 경상수지 적자는 2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정책, 대외 여건과 엇박자=문제는 새 정부 정책 방향이 대외 악재의 충격을 더 키운다는 데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새 경제팀은 ‘환율 상승은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열흘 이상 오르는데도 정부가 아무런 위험신호조차 주지 않다보니, 시장에선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부가 쓸 수 있는 마땅한 카드조차 없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서울 외환시장 하루평균 거래액은 465억1천만달러로, 외환위기 때에 견주면 12배 가까이 늘었다. 과거처럼 정부가 ‘개입’하기엔 이미 시장 규모가 너무 커진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끼어들어 시장 흐름을 바꿀 생각이라면 과거보다도 훨씬 강도 높은 개입이 필요한데, 그만큼 후유증이 크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의 영향을 최대한 흡수하면서 물가 불안 등 서민생활에 미칠 파장을 줄이기 위해선 수출과 성장에만 무게를 둔 정책 방향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은 “정부가 단기간에 경기를 띄우겠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수출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나선다면 물가 부담만 키워 내수를 망치고 서민생활만 더 어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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