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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만달러 송금 2주새 60만원 더들어”
유학생 자녀 둔 부모들 걱정이 태산

등록 2008-03-16 20:41

유학생 자녀 둔 부모들 걱정이 태산
유학생 자녀 둔 부모들 걱정이 태산
고환율 시대 풍경
여행업계 원화약세 긴장
환헤지 펀드 수익률 울상

지난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영업점. 김아무개씨는 태국 친척집을 방문하기 위해 이날 오전 11시께 13만원을, 1달러에 990.00원으로 환전했다. 하지만 오후 3시20분 윤아무개씨는 사업차 미국에 가기 위해 80만원을, 1달러에 1011.43원으로 교환해야 했다. 다섯 시간 만에 환율이 20원 이상 올랐던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는 환율은 이미 1달러=10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원화약세) 해외 펀드를 갖고 있거나 유학을 보낸 학부모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환율 급등은 수출 중소기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60원 안팎으로 올랐다. 은행에서 달러로 환전할 경우 지난 3일에는 954원이었으나 14일에는 1011원으로 보름도 안 돼 60원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송금 때 적용하는 환율(전신환 매도율)은 946원에서 1007원으로 60원 넘게 올랐다.

식당을 운영하는 윤아무개씨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학비와 생활비 1만달러를 아직 송금하지 못하고 있다. 1만달러를 이달 초에 보냈으면 954만원으로 충분했지만, 14일에는 1014만원을 보내야 1만달러를 맞출 수 있다. 한달새 60여만원이 오른 것이다. 윤씨는 환율이 좀 잠잠해지면 보낼 생각이지만, 앞으로 계속 더 오르면 어쩌나 싶어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다.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일하는 오영창 대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요일만 되면 주말을 이용해 외국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의 환전 수요로, 15개 국가의 통화가 모두 나갔지만 최근에는 4대 통화만 환전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도 긴장하는 눈치다. 보통 외국 여행객은 출국일 1~2개월 전에 예약해 아직 예약 취소 사태가 일어나고 있진 않지만,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면 관광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국외펀드 가입자에게도 고환율은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국외펀드는 대부분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헤지를 한다. 하지만 환헤지를 한 경우 환율 상승 때 이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요즘처럼 세계 증시가 불황일 경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투신운용에서 출시한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주식종류형자1-A’의 최근 1개월 수익률(14일 기준)을 보면 환헤지를 한 상품은 -1.25% 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상품은 6.34%다.


주식 투자자들도 환율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다. 수출 비중이 높고 일본과 경쟁체제에 있는 반도체 및 엘시디(LCD)와 가전, 자동차가 환율 수혜주로 꼽히고, 철강과 화학, 음식료 업종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크거나 달러 결제를 하는 업종은 원화 약세가 기업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준다.

실제로 14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1570선까지 밀리는 와중에도 엘지전자와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3.18%, 4.05% 올랐다. 그러나 원유 도입비용을 단기 외화부채로 조달해온 정유업체 에스케이에너지는 전날보다 5.19% 떨어졌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수출’ 중소기업도 오히려 고환율에 시름을 앓고 있다. 전자제품을 수출하는 ㄹ업체는 지난해 10월 미국발 금융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환율이 800원대로 주저앉았을 때 910원에 선물환 매매 방식으로 환헤지를 했다. 하지만 환율이 910원을 넘어서면서 환헤지는 효력을 잃고 환차손을 보게 됐다. ㄹ업체 자금담당팀장은 “1분기 10억원의 흑자가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환헤지와 같은 환율 요인 때문에 오히려 10억원의 손실이 날 것 같다”며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헤지를 많이 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1분기 실적이 환율 때문에 부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화가 달러에 견줘 약세이다 보니,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여 중소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운영자금용으로 금리가 싼 엔화대출금을 빌린 중소기업들이 환율 급등 탓에 갚아야 할 이자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를 수입하는 ㅊ기업은 지난해 3월 국내은행에서 연이율 2.8%에 1천만엔을 대출받았다. 당시 대출원금은 790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대출원금이 1억500만원으로 1년새 2600만원이나 늘었다.

정혁준 양선아 조일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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