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 유럽사례 분석 “농사용·산업용 지원 붕괴 우려”
새 정부가 전력부문을 포함한 공기업의 민영화나 개방 논의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연구기관이 전력산업의 개방과 민영화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전력시장 에프티에이(FTA) 대응방안-지배구조를 중심으로’라는 이슈연구를 통해 세계 각 나라 전력시장의 지배구조를 비교한 뒤 “반드시 민영화를 전제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전력이 송·배전 및 판매부문을 독점하고 있으며 발전부문에만 5개의 발전자회사와 5개의 민간발전회사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 국가 및 미국 등은 전력시장 개방 움직임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1990년 가장 먼저 경쟁체제를 도입한 영국에 이어 독일, 스페인, 핀란드 등 유럽국가 60% 이상이 시장을 개방했고, 미국도 21개 주가 전력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꿨다.
하지만 경쟁 도입과 자유화가 반드시 전력값 인하를 가져온 건 아니다. 에경연이 펴내는 <에너지 인사이트> 최근호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에너지시장 자유화와 역내 개방으로 전력요금 인하와 에너지안보를 기대했지만, 지난 1년간 프랑스와 독일 전력요금이 각각 39%, 30%씩 뛰어오르는 등 오히려 전력업체들이 도매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영국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뒤 발전 및 판매회사를 소유한 외국 종합에너지기업이 산업을 지배하고, 민영화됐던 국영회사 브리티시 에너지는 경영악화로 재국유화되기도 했다.
에경연은 “우리나라도 전력사업 구조개편이 추진되는 과정에선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특히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한전에 대한 외국인 지분참여의 확대(51% 이상)가 요구될 때는 발전부문에 대해 독점상태를 유발할 수 있으며, 결국 적정투자보수에 대한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일각에서 판매부문의 민영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행 요금제도 하에서 판매부문의 개방은 새로운 판매사업자가 원가회수율이 높은 일반용·주택용 고객만을 대상으로 수익추구 행위를 하게 할 가능성이 높으며, 농사용·산업용을 지원하는 현행 전력공급시스템의 급격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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