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아무개(34)씨는 요즘 회사에서 ‘카트폐인’으로 통한다. 석달 전 우연히 시작한 게임 ‘카트라이더’ 때문에,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 즈음이면 김씨는 상사의 눈초리를 피해 손가락 놀리기에 바쁘다. 김씨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전체 랭킹이 29만등”이라며 “게임 아이템 사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회원수 1100만명 돌파 넥슨의 캐주얼게임 카트라이더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카트라이더는 또 다른 게임인 ‘크레이지아케이드비엔비’의 캐릭터가 경주차를 타고 승부를 벌이는 레이싱 게임이다. 조작법은 단순하지만, 카트라이더는 국민 4명 중 1명이 하는 ‘국민게임’으로 자리잡으며 대한민국 게임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게임 역사 새로 쓰다= 카트라이더의 캐릭터는 기껏해야 ‘2등신’ 몸매에, 경주차는 변기나 유모차, 문어, 거북이 등을 응용한 수준이다. 승부를 가르는 아이템은 물풍선이나 바나나 껍질이 고작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이후, 회원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지난 3월말 1100만명을 넘어섰고, 요즘도 하루에 5만명씩 늘어나는 중이다. 아이템수익 한달 60억
지난해 12월에는 1998년부터 피시방 점유율 1위를 지켰던 ‘스타크래프트’를 밀어내고, 15주째 피시방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무료게임이지만, 넥슨은 경주차나 고글, 캐릭터 등의 아이템을 유료화해 한달에 60억원을 벌어들인다. 덕분에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657억원)보다 70% 늘어난 1112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일본과 중국, 대만 등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다. 일본 · 중국등 진출 계획 이용자들은 카트라이더의 매력으로 ‘쉬운 조작법’을 첫손에 꼽는다. 방향키와 시프트(Shift), 알트(Alt), 콘트롤(Ctrl)키만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5분만 배우면 바로 즐길 수 있다. 게임에서 이길수록 늘어나는 ‘루찌’(사이버머니)를 모아 좋은 ‘카트’로 바꾸는 맛도 쏠쏠하고, 또 게임이 2~3분이면 끝나 언제든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짬날 때마다 하루 4시간씩은 ‘달린다’는 회사원 서아무개(32)씨는 “게임은 간단하지만 은근히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이 매력”이라며 “주말에는 ‘카트’하느라 밤을 꼬박 새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성인 · 여성 휘어잡아 ■게임 대중화에 기여=카트라이더는 무엇보다 일부 마니아에 편중됐던 게임 이용자층을 성인, 여성 등 ‘소외계층’까지 넓혀 게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카트라이더 회원의 60%는 20대 이상의 성인이다. ‘게임 무관심층’으로 분류되던 30~40대 이상과 여성의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출시 초반에는 여성과 남성 비율이 20 대 80이었지만, 최근에는 여성 비율이 35%로 늘었다. 넥슨 쪽은 신규 회원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라고 귀띔한다. 또 고스톱이나 포커 등 기존 온라인 보드게임이 사행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과 달리, 카트라이더는 아이템 부분 유료화로 시비를 피해갔고 게임을 건전한 여가 생활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리니지 등 대작 롤플레잉게임(RPG)이 주류였던 게임업계에 캐주얼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첫번째 사례로 평가된다. 카트라이더가 성공을 거두면서 엔씨소프트와 웹젠 등 기존 유명 롤플레잉게임 개발업체들이 앞다퉈 게임포털을 준비하거나, 캐주얼게임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캐주얼게임 더 늘것”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기획팀의 김진석 과장은 “카트라이더는 게임 대중화에 기여해 게임산업의 전체적인 파이도 키워놓았다”며 “적은 제작비와 넓은 이용자층을 바탕으로 캐주얼게임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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