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대표 임원 계열사 보유주식 평가액
유상증자 과정 실권주 싼값 배정
재벌그룹 임원들의 보유 주식 평가액 순위에서 상위 10명 가운데 8명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임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실권주를 임원들에게 싼값에 배정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23일 재벌정보 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이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소속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보유 주식을 21일 종가로 평가한 결과를 보면, 10억원 이상 주식 부자 48명 중 31명(65%)이 삼성그룹 소속이었다.
1위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삼성전자 주식 가치만 281억원에 이르렀다. 2, 3위는 각각 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125억4천만원), 삼성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119억9천만원)이었다. 특히 이학수 부회장은 총수 일가 지분의 차명 주식 의혹을 받는 비상장 계열사 삼성생명의 주식 9만3600주(평가액 655억2천여만원, 주당 70만원)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포함하면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800억원에 육박한다.
5~8위는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85억2천만원),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82억4천만원), 최도석 삼성전자 사장(79억8천만원),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60억7천만원) 등이었고, 10위는 안복현 제일모직 상담역(43억1천만원)이었다. 삼성 전략기획실 김인주 사장(24억1천만원)은 24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 14개 상장 계열사의 1998~2000년 유상증자 현황을 분석해, 전체 실권주에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넘겨진 주식이 92.5%에 이르고 실권주를 인수한 삼성의 등기임원 숫자는 4대 그룹 전체의 72.6%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임원 보유 주식 중 일부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배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지분을 회사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차명계좌 관리를 위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고, 비등기 이사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다”며 “스톡옵션을 인센티브 성격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기준이 상당히 자의적이어서 재벌 총수에게 충성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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