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량 안늘어 사실상 가격경쟁 안돼
다음달 1일부터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등 4개 석유제품에 매기는 관세를 3%에서 1%로 낮춰도 외국 석유제품 수입은 전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정부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6일 “관세율 인하와 이로 말미암은 수입 증가를 고려할 때, 이번 할당관세 조정에 따른 4개 석유제품 지원액(관세 감면액)은 모두 137억5천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유종별 관세 감면액은 ‘민감한 사안’이란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수치를 역산하면 관세율이 내려도 석유제품 수입량은 전혀 늘지 않는다고 정부가 파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 2006년 관세율이 5%일 때 4개 석유제품 수입에 따른 관세는 344억5700만원이었다. 세율 1%포인트에 68억9천만원, 2%포인트를 낮추면 137억원이 감면된다. 이번 긴급 할당관세 시행에 따른 석유제품 관세감면 지원액을 137억원으로 정부가 추산하는 것은, 관세율만 2%포인트 낮아질 뿐 수입량은 전혀 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관세율 인하는 외국제품의 국내 도입가격을 낮춰 외국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제품 수입이 늘어나 국내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관세율 인하가 국내 가격에 끼치는 영향은 없다. 관세 감면 지원액만 기존 수입업자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흘러들어갈 뿐이다.
한편 관세청은 가계가 연료용으로 많이 쓰는 휘발유의 경우 지난 한해동안 87억원어치, 경유는 672억원어치 수입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외국산 석유제품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휘발유가 0%, 경유는 0.3%에 불과하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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