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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삐풀린 재벌’ 방탄복까지 입혔다

등록 2008-03-30 20:54

기업 규제완화 내용
기업 규제완화 내용
기업규제 완화하고 경영권 막아주고…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완화로 38개사 혜택
출총제 폐지로 재벌 규모·지배력 확장 ‘우려’

‘재계에 백지수표를 쥐어줬다.’

어느 교수는 지난 28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규제완화의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 전혀 실효성이 없는 사후감시제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의 완화는 중견그룹들의 연쇄부도와 같은 사태를 몰고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8일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삼성·현대차 등 7개 기업집단 소속 25개사에 적용하던 출총제를 폐지하는 대신 공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시 강화가 공정위가 주장하듯 ‘사후감시’ 기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공시가 주가에 반영되고 주가하락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이 증가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야 하는데 이미 경영권 방어장치 추진까지 발표된 상황 아니냐”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포이즌필’(독약조항제도)과 황금주 등 차등의결권제도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업규제 완화라면서 ‘족쇄’를 풀어주며, ‘방탄복’까지 입혀준 꼴이다.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대상을 자산규모 5조원으로 올리면서 20개 기업집단 소속 35개사가 이 제한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제한이 풀리는 그룹은 하이트맥주·현대산업개발·농심·대성 등이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곧바로 모든 기업들이 상호출자·채무보증을 줄줄이 내걸진 않겠지만 3~4개 그룹만 넘어가도 구조상 우리나라 경제가 흔들거린다”며 “구제금융시기의 한보·쌍방울·진로맥주 등이 전부 상호출자로 얽혀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이번에 제한에서 풀린 그룹들은 총수 지분이 유난히 높은 그룹들이 많다. 이들은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출자·거래관계 등 자료제출 의무까지 면제받게 돼 시장감시를 거의 받지 않게 된다.

공정위는 또 직권조사 최소화 등 재계가 그동안 요구해왔던 내용도 거의 그대로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달 공정위가 발표한 삼성전자의 하도급법 위반 사례 또한 직권조사임에도 2년 넘게 걸렸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수직구조가 공고한 상황에서 직권조사나 현장조사 없이 이들의 위반사례를 밝혀내기란 요원하다는 지적이 공정위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보호장치 증가로 ‘황제경영’과 ‘선단식 경영’이 등장할 여지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일단 출총제가 폐지되면서 기업들은 동종업종 이외의 업종에도 ‘문어발식’ 출자가 가능하게 됐다. 게다가 순환출자에 대한 제재는 이번에도 빠졌기 때문에 적은 자본으로 대기업, 특히 재벌그룹이 비계열사로 지분 확장을 하기 쉬워진다. 기획재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무의결권 지분을 보유하면 세금경감 혜택까지 주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순환출자와 무의결권 지분 확대 등으로 재벌의 규모는 더 커지고 지배력은 더 확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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