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그룹 임원 연봉
1년새 30% 급증…직원 평균 5천만원의 18배
삼성전자 133억원 최고…총수 급여 안 밝혀
삼성전자 133억원 최고…총수 급여 안 밝혀
우리나라 10대 재벌그룹 임원들의 평균 연봉이 9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 연봉은 직원 급여나, 회사의 매출액·순이익보다 훨씬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적정성 논란을 빚고 있다. 임원진 연봉을 묶어 총액으로만 공개함에 따라 재벌 총수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몫을 물타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재벌닷컴 집계를 보면, 10대 재벌그룹의 12월 결산 상장계열사 중 사업보고서를 낸 69개사의 등기임원 연봉은 평균 9억1641만원으로 1년 새 30.32%나 급증했다. 임원 연봉 증가율은 10대 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과 순이익 증가율인 10.24%, 23.57%보다 높았다. 지난해 10대 그룹 일반직원 평균 연봉 5045만원과 견주면 18.16배에 해당해, 1년 전 14.2배보다 격차도 더 벌어졌다.
삼성그룹 임원 연봉이 수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임원 1인당 연봉이 133억원으로 전년의 3.09배로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6.21% 줄었다. 삼성전자 쪽은 “2005년 스톡옵션 폐지로 도입된 장기성과급 557억원이 일반보수 245억원과 함께 지난해 지급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테크윈, 에스원 등까지 포함해 삼성그룹 계열사가 10대 그룹 임원 연봉 상위 1~5위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개별 임원의 연봉은 밝히지 않고 임원진을 묶어 총액으로만 공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벌 총수의 높은 급여를 일반 임원들의 낮은 연봉으로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행 증권거래법 등은, 상장기업이 결산보고서에 이사·감사 보수의 총액 만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동엽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 부국장은 “개별 연봉을 공개하면 책임경영이나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임원과 종업원 사이의 위화감 조성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같은 부작용도 있어 총액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경제 선진국에서는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보수를 많이 받는 임원 4~5명의 개별 연봉은 물론, 보수 책정의 기준·절차와 단기·장기 보상을 구분한 세부 정보까지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개별 임원의 경영 공헌도와 성과·보상을 주주들이 판단할 객관적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임원 연봉 총액만 공개해선 별 의미가 없다”며 “개별 연봉을 공개해야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임원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고, 기업 내부의 성과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알 수 있어 기업의 투명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진철 윤은숙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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