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정면돌파에 민주당·노동계 “총력 저지”
비준안 무산땐 한-미 FTA 올안 비준 힘들듯
비준안 무산땐 한-미 FTA 올안 비준 힘들듯
■ 부시, 미-콜롬비아 FTA안 의회제출 강행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긴장이 고조돼,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은 7일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동의 없이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의 비준을 위한 이행법안 제출을 강행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이행법안에 서명한 뒤 “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안보에 긴급한 사안”이라며 초당적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선거의 해에 비준을 더이상 지연시키는 것은 표결도 하지 못한 채 의회가 폐회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으로 9월26일부터 조기 휴회에 들어갈 의회 일정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조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 지도부와 합의하지 않고 이행법안을 의회에 넘긴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에 제출하려던 계획을 늦췄으나 의회와의 협의가 지지부진하자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부여된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정면돌파라는 강수를 두게 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자유무역에 대한 태도 뿐 아니라 의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실패 가능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법안 제출을 밀어붙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회 소식통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자유무역협정 지지를 밝혀온 민주당 의원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 최대 노조단체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티 리 정책국장은 “지난해 페루 자유무역협정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총력 저지를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이 강수를 둔 이유는 의회가 법안을 표결에 부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부결돼도 모든 책임을 민주당에 뒤집어 씌울 수 있다는 계산도 자리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주당이 노조의 볼모라는 점을 보여주고, 민주당 쪽으로 쏠리는 기업들의 지지를 공화당 쪽으로 돌리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회 소식통은 앞으로 1~2주일 동안 진행될 정부와 의회의 협상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의회가 논의 자체를 봉쇄하거나 타협할 가능성이 병존해 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의 의회 통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의 시금석이 된다. 원만하게 통과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산되면 올해 안 비준은 물건너가고, 차기 행정부와 의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혜민 통상교섭본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는 “결렬과 통과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끼칠 영향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결과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부시 대통령이 미-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한 것은 자유무역협정 처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인 만큼, 우리에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김수헌 기자 hoonie@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김수헌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