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국내 상속세 과세 현황
“GDP도 늘어” “서민 박탈감”
선진국 견줘 세율 이미 낮아
선진국 견줘 세율 이미 낮아
지난 2006년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30만4천여명이 사망 등의 이유로 17조8천억원의 상속재산을 남겼다. 그러나 세법에 따라 각종 공제를 적용하고 보니, 상속세를 한 푼이라도 내야 할 피상속인은 그 가운데 0.7%인 2221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세금 한푼 없이 상속재산을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었다. 그해 국세청이 걷은 상속세는 모두 7575억원으로, 상속재산 총액의 겨우 4.3%였다.
이런 우리나라의 상속세제를 두고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재계가 “세금 부담이 너무 크다”며 폐지 또는 완화를 주장하고 나선 때문이다. 지난 4일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 간담회에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이 위협받게 된다”며 “상속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므로, 상속재산 처분 시점에서 자본이득세(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이 시작이다. 기획재정부 김규옥 대변인이 7일 “상속 합리화 방안도 세제개편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히자, 상속세제 개편은 기정사실로 굳어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9일 “상속세를 40% 내리면 국내총생산이 연평균 0.06% 가량 늘어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그는 “상속세를 40% 내리면 연평균 세수입은 3811억원 줄지만, 총 사회적 후생은 연평균 1685억원 늘어난다”며 “이 가운데 18.2%인 307억원은 상속받을 재산이 없는 계층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세금을 ‘효율의 적’으로 보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계산법으로는 대개의 세금은 줄일수록 사회적 후생이 늘어난다. 그런 점에서 보고서 내용은 새로울 게 없으나, 상속세 논쟁을 이어갈 불씨는 하나 더 늘렸다.
물론 여론이 반길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프랑스(60%), 일본·독일(50%), 미국(45%) 등에 견줘 결코 높은 편이 아니다. 게다가 여러가지 공제 적용이 많아, 2006년 상속세 과세대상인 2221명한테서 거둔 세금총액은 이들 상속재산 가액의 16%에 불과했다. 재계가 상속세를 폐지하고 대체하자고 주장하는 자본이득세 제도는 도입돼 있지도 않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상속세 완화는 이른바 ‘1% 특권층’을 위한 정책”이라며 “조세형평성을 더욱 무너뜨리고 대다수의 국민에게 박탈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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