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1인 영향력 제한적”
“지주사 전환 가능성 여전”
“지주사 전환 가능성 여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퇴진 선언 이후 일각에서 ‘이건희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걱정이 기우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며, 순환출자 해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은 장기 과제로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경영쇄신안이 나온 이튿날인 23일 삼성그룹 주가는 계열사별로 엇갈렸다. 삼성증권(+1.35%)·화재(2.44%)·중공업(+3.71%)·제일모직(+2.94%)·제일기획(+2.65%) 등 9개 계열사는 올랐고, 삼성카드(-3.94%)·전자(-3.26%)·물산(-2.12%) 등 6개 계열사는 하락했다.
쇄신안 발표 날 삼성 상장계열사의 시가총액이 1.05%(1조8771억원) 빠진 데 이어, 이날도 시총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큰 폭 하락으로 전체 시가총액도 1.83%(3조2361) 감소해 173조4102억원으로 줄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건희 공백’에 따른 경영 리스크 확대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증시의 기업분석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전날 미국 기술주의 급락으로 엘지디스플레이(-3.31%)·엘지전자(-2.41%)·하이닉스(-1.70%) 등과 함께 하락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쇄신안이 주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할 뿐더러, 오히려 혁신적이지 못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자아냈다는 설명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그룹이 총수 1인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은 말이 안되며, 경영 일선에서의 후퇴 정도를 가지고 기업 경쟁력 약화나 그룹 운명의 위기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간 걱정”이라며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 하락의 한 요인으로 지주회사 전환 기대감이 무너진 것이 꼽히지만, 순환출자 해소와 지주회사 전환이 장기 과제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상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순환출자의 해소와 그룹 계열사간으 지분정리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의 시나리오는 장기적으로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상훈 애널리스트는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물산·카드·화재·증권으로 이어지는 보험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 에버랜드를 두축으로 하는 별개의 지주회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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