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지전자는 지난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CTIA 와이어리스 2008’ 행사에서 전면 풀터치 스크린폰 ‘뷰’(맨 오른쪽 제품)와 쿼티폰 ‘엔비2’(나머지 두 제품)를 선보였다. 엘지전자 제공
[고객가치경영] 전자업계
엘지 중동엔 ‘케밥 오븐’ 러시아엔 ‘키다리 냉장고’
삼성 ‘애니콜 드리머즈’ 아이디어 모아 제품 개발 2주마다 한 번 열리는 엘지전자의 경영회의는 언제나 ‘고객의 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시작한다. 고객과 상담원의 통화 5~7개를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시간은 15분 가량 걸린다. “상담원이 아무리 친절하게 응대해도 고객들로부터는 ‘니가 이거 써봐라’부터 심지어 ‘육두문자’가 나올 때도 있어요. 눈감고 묵묵히 듣고 있지만, 결국 해당 임원들은 얼굴이 벌게지죠.” 엘지전자 한 임원의 얘기다. 기능 하나하나에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자업계는 일찍부터 고객만족, 고객가치 경영에 눈떠왔다. ?엘지전자의 ‘고객 인사이트(통찰력)’ 경영이 대표적이다. ‘고객들이 표현은 못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까지 알아내 그 기능과 가치를 상품과 서비스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엘지전자 남용 부회장은 국외 출장을 나갈 때마다 해당 지역의 일반가정 두세 곳을 꼭 방문한다. 한두 시간 머물며 집의 구조부터 어떤 제품을 쓰고 있는지, 제품 사용 습관은 어떤지, 고객들의 생각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눈다. 제품 설명에도 고객의 눈을 맞추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휴대전화 메뉴 중 ‘스케줄’은 ‘일정’으로, 그날그날의 할 일을 의미하는 ‘투 두(To Do)’도 ‘할 일’이란 한글 표현으로 바꿨다. 전화 통화가 곤란할 경우 엔드키를 누르면 나오는 ‘수신보류 중’이란 표현도 이제는 ‘조용히’로 뜬다. 말이 어렵고 부정적인 느낌을 풍길 수 있다는 소비자 분석 때문이었다.
수출 제품에도 지역 특성이 우선 고려된다. 예를 들어 소형아파트가 많은 러시아엔 ‘키 크고 날씬한’ 냉장고가 적절해 아래쪽에 냉동칸을 두었다. 중동에 수출하는 오븐은 케밥, 통닭구이 등 중동 메뉴에 적합한 자동멀티 회전식 조리기기나 스팀 기능을 적용한다. 휴대전화의 경우 미국인들이 인터넷·문자 등을 많이 사용하는 점에 착안해 컴퓨터 키보드와 배열이 같은 쿼티자판을 장착시켰다. 인사이트 마케팅팀의 팀장인 최명화 상무는 “고객의 인사이트를 파악하기 위해선 통계나 사실 같은 팩트뿐 아니라 경험과 통찰력을 함께 접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전자업계에서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머리를 맞대거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국외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에게 자사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프로슈머(프로듀서+컨슈머)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006년부터 모집을 시작한 휴대폰 브랜드의 프로슈머 그룹인 ‘애니콜 드리머즈’. 회사 쪽은 이 그룹에 얼리어답터부터 애니콜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3개월간 제품기획, 마케팅 및 홍보, 애프터서비스 평가, 기능 제안 같은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4년부터, 해마다 피시(PC) 신제품 체험 및 마케팅 활동을 하는 ‘자이제니아’ 회원을 모집해 왔다. 지난해 활동한 4기 ‘자이제니아’ 회원 60명 가운데 우수회원 20명은 중국의 삼성전자 노트북 생산현장과 전자제품 유통상가 방문, 현지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4박5일간의 중국 탐방 기회를 얻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외국 고객’ 가치 창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시장 개척을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 시장의 주요 거점을 돌며 서비스 교육을 하는 ‘아중동 서비스 클리닉’을 시작했다. 또 유럽 지역 1200여개 서비스센터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부품 주문, 애프터서비스 결과, 비용 청구, 서비스 기술 정보 공유 등을 신속하게 하는 ‘유럽 통합 서비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김영희 박현정 기자 dora@hani.co.kr
삼성 ‘애니콜 드리머즈’ 아이디어 모아 제품 개발 2주마다 한 번 열리는 엘지전자의 경영회의는 언제나 ‘고객의 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시작한다. 고객과 상담원의 통화 5~7개를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시간은 15분 가량 걸린다. “상담원이 아무리 친절하게 응대해도 고객들로부터는 ‘니가 이거 써봐라’부터 심지어 ‘육두문자’가 나올 때도 있어요. 눈감고 묵묵히 듣고 있지만, 결국 해당 임원들은 얼굴이 벌게지죠.” 엘지전자 한 임원의 얘기다. 기능 하나하나에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자업계는 일찍부터 고객만족, 고객가치 경영에 눈떠왔다. ?엘지전자의 ‘고객 인사이트(통찰력)’ 경영이 대표적이다. ‘고객들이 표현은 못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까지 알아내 그 기능과 가치를 상품과 서비스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엘지전자 남용 부회장은 국외 출장을 나갈 때마다 해당 지역의 일반가정 두세 곳을 꼭 방문한다. 한두 시간 머물며 집의 구조부터 어떤 제품을 쓰고 있는지, 제품 사용 습관은 어떤지, 고객들의 생각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눈다. 제품 설명에도 고객의 눈을 맞추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휴대전화 메뉴 중 ‘스케줄’은 ‘일정’으로, 그날그날의 할 일을 의미하는 ‘투 두(To Do)’도 ‘할 일’이란 한글 표현으로 바꿨다. 전화 통화가 곤란할 경우 엔드키를 누르면 나오는 ‘수신보류 중’이란 표현도 이제는 ‘조용히’로 뜬다. 말이 어렵고 부정적인 느낌을 풍길 수 있다는 소비자 분석 때문이었다.
수출 제품에도 지역 특성이 우선 고려된다. 예를 들어 소형아파트가 많은 러시아엔 ‘키 크고 날씬한’ 냉장고가 적절해 아래쪽에 냉동칸을 두었다. 중동에 수출하는 오븐은 케밥, 통닭구이 등 중동 메뉴에 적합한 자동멀티 회전식 조리기기나 스팀 기능을 적용한다. 휴대전화의 경우 미국인들이 인터넷·문자 등을 많이 사용하는 점에 착안해 컴퓨터 키보드와 배열이 같은 쿼티자판을 장착시켰다. 인사이트 마케팅팀의 팀장인 최명화 상무는 “고객의 인사이트를 파악하기 위해선 통계나 사실 같은 팩트뿐 아니라 경험과 통찰력을 함께 접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도 전자업계에서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머리를 맞대거나,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국외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객들에게 자사 제품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프로슈머(프로듀서+컨슈머)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006년부터 모집을 시작한 휴대폰 브랜드의 프로슈머 그룹인 ‘애니콜 드리머즈’. 회사 쪽은 이 그룹에 얼리어답터부터 애니콜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여 3개월간 제품기획, 마케팅 및 홍보, 애프터서비스 평가, 기능 제안 같은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4년부터, 해마다 피시(PC) 신제품 체험 및 마케팅 활동을 하는 ‘자이제니아’ 회원을 모집해 왔다. 지난해 활동한 4기 ‘자이제니아’ 회원 60명 가운데 우수회원 20명은 중국의 삼성전자 노트북 생산현장과 전자제품 유통상가 방문, 현지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4박5일간의 중국 탐방 기회를 얻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외국 고객’ 가치 창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시장 개척을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 시장의 주요 거점을 돌며 서비스 교육을 하는 ‘아중동 서비스 클리닉’을 시작했다. 또 유럽 지역 1200여개 서비스센터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부품 주문, 애프터서비스 결과, 비용 청구, 서비스 기술 정보 공유 등을 신속하게 하는 ‘유럽 통합 서비스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김영희 박현정 기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