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누적 기아차, 2분기 내리 흑자 ‘실적 개선’
현대차 주가 올들어 21%↑…생산성 향상 과제
현대차 주가 올들어 21%↑…생산성 향상 과제
‘아우’ 때문에 속타는 ‘형’의 마음, 조금 진정되려나?
2006년과 2007년 두 해 연속 큰 폭의 영업손실에 허덕이던 기아자동차의 실적이 미약하나마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기아차의 지분 38.7%를 손에 쥔 현대자동차의 고민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이제 관심은 현대차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아온 이른바 ‘기아 리스크’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25일 기아차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1분기 중 영업이익은 102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977억원)에 이어 2분기 내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환율 상승이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기아차에는 되레 악재로 작용한 탓에 2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기아차로선 반가운 소식이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2003년 8124억원에서 해마다 가파른 내리막을 걷다가, 2006년과 2007년엔 각각 1275억원과 5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간 기아차의 고전은 현대차로서도 큰 골칫거리였다. 무엇보다 시장의 평가가 싸늘했다. 현대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조68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음에도, 정작 주가는 7만~8만원대를 오르내리며 사상 최고치(9만8400원·2006년1월2일)를 크게 밑돌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기아차 부실 위험이 큰 짐이 된 탓이다. ‘후계 구도’와 관련된 고민도 깊다. 지난달 21일 열린 기아차 주총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사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회사 안팎에서는 기아차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 논란에서 한발 벗어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기아차의 실적이 조금 개선되는 것과 발맞춰 현대차의 부담도 한결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분위기도 조금씩 풀리는 중이다. 지난 25일 현재 현대차 주가는 8만3천원으로, 올해 들어 오름폭이 21.2%나 됐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아차는 중대형보다는 저가형 위주 판매에 치중하므로 환율이나 가격 변동에 훨씬 민감하다”며 “기아차로선 서서히 본격적인 추세 전환(턴어라운드)을 기대해 봄직한 상황으로, 현대차에는 좋은 뉴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단은 금물이라는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김재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아차의 실적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중대형보다는 모닝과 같은 저가형 판매가 늘어난 탓에 전체적인 평균 판매단가 구조는 오히려 악화됐고, 내부적인 경쟁력 개선보다는 단순 비용절감의 효과가 커 보인다”며, “올 겨울 기아차가 내놓을 신차 차종에서 현대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른바 기아차의 ‘신차 효과’가 현대차의 ‘기아 리스크’를 줄여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내부 문제점 또한 만만찮다. 안수웅 우리투자증권 부장은 “올 들어 현대차의 주가 상승에는 기아차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이미 반영돼 있다”면서도 “국내 현대차 공장의 생산성이 여전히 낮은데다가, 작업 물량 조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잘 드러나듯 현대차 내부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응하려는 준비가 부족한 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안 부장은 “기업이 발전하려면 지배구조 문제가 안정돼야 하는데도, 현대차의 경우 경영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간에 여전히 후계 문제 등에 힘을 쏟고 있는 건 기업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근본적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안 부장은 “기업이 발전하려면 지배구조 문제가 안정돼야 하는데도, 현대차의 경우 경영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간에 여전히 후계 문제 등에 힘을 쏟고 있는 건 기업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근본적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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