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상승 기여 주요품목
생산자물가 올들어 고공행진…오름새 지속될 듯
금리인하 고민 커져…정부, 2일 긴급 대책회의
금리인하 고민 커져…정부, 2일 긴급 대책회의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 살림은 더욱 빠듯해지게 됐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면 경기는 더욱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서둘러 내리기를 바라고 있으나, 금통위의 고민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경기에는 별 영향을 못주면서 물가만 자극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4월 물가 상승은 원유값 상승세 탓이 가장 크다. 휘발유 소비자판매가격은 전달에 견줘 0.9% 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경유값은 6%나 뛰었다. 이들 품목은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물가지수를 산출할 때도 가중치가 높다. 전체 석유류값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8.7% 오르면서, 4월 물가상승률 4.1% 가운데 1.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것도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지난해 4월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929원이었으나 올해 4월엔 986원으로 지난해보다 6% 넘게 뛰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4월부터는 국제유가와 곡물값 상승의 여파가 국내 서비스요금 등 다른 부문으로 계속 퍼져가고 있는 양상이 눈에 띈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빼고 본 핵심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3.5% 뛰었다. 이런 상승률은 2001년11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특히 이·미용료, 목욕비, 학원비 등 개인서비스 요금이 계속 뛰고 있다. 전체 개인서비스 물가는 3.1% 오르면서, 4월 물가상승률(4.1%)에서 1.45%포인트를 끌어올렸다.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을 덜 받는 이런 품목까지 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은 물가상승 심리가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위험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쉽게 꺾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물가에 2~6개월 선행하는 생산자 물가지수는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아직 기업들이 원가 인상분을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가격에 다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환율도 불안하다. 환율이 오르면 물가 상승률은 저절로 더 가팔라진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수출 호조건 유지와 경상수지 방어를 위해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재정부의 뜻대로 환율이 오르면 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지난 2003~2004년 최중경 현 재정부 차관 주도로 환율 끌어올리기가 진행되던 무렵에도, 소비자 물가는 연 3.5%나 올랐다. 특히 2004년8월에는 4.8%나 뛰어오른 바 있다.
물가 상승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킨다. 가계가 얇아진 지갑으로 버텨내려면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소비를 줄여야 한다. 이는 최근 일고 있는 소비위축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올해 임금 인상률을 높고 노사간 갈등도 커질 수 있다. 정부는 다음주에 열 예정이던 물가안정대책회의를 2일 오후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