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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약해진 원화’ 수출 대기업 웃고 서민 울고

등록 2008-05-11 19:49수정 2008-05-11 23:52

미국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 변동
미국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 변동
물가 급등에 소비부진·고용감소 ‘2중고’
‘성장률 집착’ 정부, 환율상승 부추긴 탓
지난 9일 현재 달러값은 1043원으로, 1년 전의 923원에 견줘 13%가 올랐다. 같은 기간 유로화값은 1250원에서 1606원으로, 엔화값은 100엔당 769원에서 1004원으로 30% 안팎 치솟았다. 주요국 통화에 견줘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가운데, 원화는 달러보다 가치가 더 떨어진 까닭이다.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나홀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화가치 급락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수출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집계를 보면, 지난 1분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7.5% 늘었다. 증가율이 10%를 조금 웃돌 것이라던 수출입은행 등의 연초 전망을 크게 뛰어넘었다. 유럽, 중남미, 아시아에 대한 수출이 급증하면서 4월에는 전년동월대비 27%나 늘어나는 등, 수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수출기업들의 1분기 영업실적도 투자자들을 놀라게 할만큼 좋다. 삼성전자는 82.1%, 현대자동차는 81.6%, 현대중공업은 58.9%나 영업이익이 늘었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20% 안팎 늘었을 뿐이다.

그러나 수출 부문을 제외한, 우리 경제의 나머지 부문은 환율급등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내수 소비 급격히 둔화되고, 일자리 사정도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특히 서민 경제일수록 입는 타격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4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4.1% 가운데 0.8%포인트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고, 0.5%포인트는 환율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물가상승은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2% 포인트나 내린 것과 비슷한 효과다.

물가급등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려 내수소비를 가라앉히고 있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3.5% 증가에 그쳐, 경제성장률 5.7%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매출 부진이 심하다. 통계청 조사결과 1~3개의 전문 상품을 소매하는 점포들의 1분기 소비재 판매는 1.6% 늘어나는 데 그쳤고, 주택가 근처 상점들을 뜻하는 ‘기타종합소매점’의 판매액은 1.3% 감소했다. 4월 들어서는 할인점 매출도 0.2% 증가에 그쳤다.

내수부진은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 3월 취업자 증가는 전년동월대비 18만4천명에 그쳤다.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일용직 임금노동자는 2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대기업은 올해 신규 채용을 소폭 늘렸으나, 임시직 근로자 감소의 80%가 상시근로자 100명 미만의 소기업에서 일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올들어 본격화된 환율 상승은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출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경제 관료들이 틈날 때마다 “환율이 더 올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실세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했던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 환율 상승은 수출 증가를 불러, 생산물량 기준으로 집계하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다. 성장률 수치를 끌어올리려는 정부는 금융통화위원회를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이 잘 통하지 않자, 환율 상승 쪽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서민 경제가 그 희생양이 돼가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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