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채무 및 단기외채 규모 추이
환헤지 수요 늘며 지난해 3800억달러 ‘2년새 갑절’
차입 막을땐 금리·환율 요동…방치땐 신인도 하락
차입 막을땐 금리·환율 요동…방치땐 신인도 하락
기획재정부가 외채의 급격한 증가를 걱정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최중경 1차관은 21일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단기외채 증가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억제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외환당국 관계자가 “외채 급증에 따른 대책을 검토중이다”고 한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외채 급증을 막기 위해 외화 차입을 어렵게 하면, 국내에 달러 유동성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환율과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 재정부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자, 외화차입을 직접 규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나라의 총 대외채무는 지난해말 현재 3807억달러에 이른다. 2005년말의 1879억달러에 견줘 두 배를 넘어섰다. 특히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가 1587억달러로 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7%에 이른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1분기에도 250억 달러 가량 외채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 탓에 외채가 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출업체들이 나중에 받을 수출대금을 현재 환율로 고정시키는 헤지 수요에 맞춰 주로 외국계 은행들이 달러를 외국에서 끌어오고 있는 게 외채 증가의 핵심 원인이다. 내국인들의 해외투자에 따른 환헤지 수요,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해 채권시장에서 재정거래를 하려는 외국투자가들의 달러 수요도 외채를 늘렸다. 외채규모가 급증했지만, 악성은 아닌 셈이다. 한편으로, 외화 차입은 외환시장에 부족한 달러를 공급하고, 채권 금리를 낮추는 긍정적인 작용도 한다.
정부의 걱정은, 외채 급증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바뀌게 되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좋은 대접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걱정한다. 외채가 급증하다 상황이 뒤바뀌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재정거래를 통해 매입한 국채를 빠른 속도로 내다팔기라도 하면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외채 증가를 억제하는 강한 대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환율과 금리가 오르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걱정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고민”이라며, “곧 발표할 대책을 준비중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석태 한국시티은행 분석가는 “올 들어 환율이 크게 올라 외채 급증은 이미 어느 정도 억제되고 있다”며 “환율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면 환헤지가 줄어드는데, 정부 관리들의 최근 발언은 그걸 바란 듯하다”고 해석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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