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품목 가격 상승률
소비자물가 가파른 상승
수입물가 이미 올라 하반기 물가도 압박
유가·환율상승 계속땐 가계 고통 커질듯
수입물가 이미 올라 하반기 물가도 압박
유가·환율상승 계속땐 가계 고통 커질듯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을 골라 특별 가격관리를 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해 유류세를 내리고 석유제품의 할당관세를 내렸으며, 주유소 기름값을 실시간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수입업체가 폭리를 취한다며, 청바지 선글라스 등 품목의 수입가격을 최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물가 상승세는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5월 소비자 물가는 전국 기준으로 4.9% 올랐지만, 서울(4.1%)과 부산(4.9%)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도에서 상승률이 5%를 넘었다. 경북과 제주도 지역은 상승률이 5.7%에 이르렀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더 높다. 광주광역시·경남·경북·제주도의 경우 7%를 넘어섰다.
가계는 지표로 나타난 것보다 물가가 훨씬 더 오른 것으로 느낀다. 소비자물가 집계에서는 5월 돼지고기값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24.7%지만, 신세계 이마트에서 파는 돼지고기 삼겹살 100g은 지난해 이맘 때 1500원에서 현재 2050원으로 37% 올라있다. 가계 총 지출에서 생활필수품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 계층일수록 물가상승에 따른 고통은 크다.
물가 상승세를 이끄는 것은 여전히 국제유가다. 5월중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4월보다 15% 가량 올랐다. 환율 상승의 영향도 매우 크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5월 원-달러환율은 1036원으로 4월의 986원보다 5.1% 뛰었다. 지난해 5월(927원) 견주면 11.7%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물가가 크게 뛰었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세가 여기서 멈추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5월 우리나라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평균 110.5달러였다. 최근 두바이유값은 120달러 안팎이다. 소비자물가에 몇 달 앞서 움직이는 수입물가가 이미 가파르게 올라 있는 것도, 물가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4월 수입물가는 31.3%나 올라 외환위기 이후 상승률이 최고였다. 정부가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전기요금,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하반기에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주 들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아치워 원-달러 환율을 조금 끌어내렸다. 무리한 환율 끌어올리기로 물가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에 늦게나마 귀를 기울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도 5월부터 7월까지는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약간의 환율 하락은 물가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가 환율을 큰 폭으로 끌어내리려고 시도하기도 어렵다. 투기세력이 달라붙으면서, 외환시장에 혼란만 키울 수 있는 까닭이다.
정부는 3일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제4차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경제팀은 여전히 경제 운용에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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