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률 비교
상승률 6.6%…연료비 비중 14%로 높은 탓
정부, 집중관리 약속했다 되레 실망감 키워
정부, 집중관리 약속했다 되레 실망감 키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깐마늘 값이 폭등한다는데 왜 챙기지 않느냐”고 비서관들을 질타했다. 마늘은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한달에 2100원어치를 소비해 소비지출의 겨우 0.1%를 차지했던 품목이다. 대통령이 집중관리를 지시한 생활필수품 52개에는 마늘도 포함돼, 가격변동이 이른바 ‘엠비(MB) 물가’지수에 반영된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들 52개 품목의 가격변동을 따지면, 지난 5월 ‘엠비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6.6%가 오른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4.9%를 크게 웃돈다. 비중은 크지만 상승률은 낮은 전·월세(2.2%)를 빼고 51개 품목만 따지면 상승률은 7.7%에 이른다. 지난달에도 52개 품목 물가지수는 5.8%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를 크게 웃돈 바 있다. 이들 품목이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품목별로 보면 경유(46.4%)를 비롯한 석유제품의 상승률이 가장 높다. 등유가 46.4% 올랐고, 액화석유가스(LPG) 24.1%, 휘발유도 16.3% 올랐다. 연료비에 영향을 받는 목욕료도 7.8% 뛰었다. 밀가루(66.1%)와 밀가루를 쓰는 제품의 가격도 크게 뛰었다. 빵류(11.4%), 스낵과자(16.0%), 라면(14.4%) 등이 두자릿수로 올랐고, 자장면 값도 14% 뛰었다. 각종 학원비(6%), 보육시설이용료(6.6%)도 상승률이 높다. 도시가스(10.4%)와 쓰레기봉투료(5.7%), 공동주택관리비(5.3%)도 많이 올랐다.
석유제품 값이 급등하는 한 52개 품목 지수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물가지수 계산에서는 휘발유·등유·경유·엘피가스·도시가스 등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지만, 52개 품목에서는 14%를 넘는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가 52개 품목에 대해서는 집중관리하겠다고 밝힌 까닭에, 가계가 느끼는 실망감은 크다.
정부는 3일 제4차 서민생활안정 태스크포스팀 회의를 열고 “유류세 10% 인하 등 13개 물가안정 조처를 완료하고, 8개 조처를 정상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학원비 안정을 위해 지난 4월에만 학원들이 수강료를 제대로 표시하는지 초과징수를 하지 않는지 단속해 100곳을 적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원비는 4월에 전달보다 0.5%, 5월에도 0.1% 올랐다. 대책이 먹혀들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5월 마늘 값은 파(43%)·양파(19%) 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가운데서도 전년동월대비 15.9% 떨어졌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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