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버튼 간격 좁고
화면변경 등 조작 복잡
장애인 등 약자배려 없어
화면변경 등 조작 복잡
장애인 등 약자배려 없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아이피티브이법) 시행령이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지만,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장애인과 노인들은 리모컨 등 아이피티브이와 관련한 기본적인 기기 사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이하 장미네)는 지난달 케이티, 하나로텔레콤 등이 시행 중인 프리아이피티브이 서비스를 장애인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 느낀 점을 종합한 체험 사례를 공개했다. 장미네는 지난해 5월 장애인단체, 미디어교육 교사, 미디어센터, 복지관 등이 모여 장애인 미디어 환경 변화를 모색하고자 만든 단체다.
장미네가 내놓은 체험 사례를 보면 장애 유형에 따라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리모컨 사용이나 화면 변경 등 기본적인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장미네의 박규민 활동가는 “초기 화면에서부터 접근이 매우 힘들었다”며 “화면해설, 자막, 수화방송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리모컨 버튼과 버튼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고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인 장애여성공감의 김미희 활동가는 “리모컨이 너무 디자인에만 충실한 나머지 손에 장애가 심한 분들의 경우 쉽게 누를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적장애인인 함께사는 세상의 조규준 활동가는 “리모컨의 영문키는 약자로 쓰여진 것이 많아 비장애인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서비스를 이용할 때 선택 목록으로 들어가려면 버튼을 많이 눌러야 하는데 단축키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이 사용 가능한 셋톱박스, 리모컨 등의 제작 보급 △경제적 접근성 보장 △화면 매치 및 메뉴 구성 차원에서의 접근성 보장 △자막, 화면해설 등 콘텐츠 차원에서의 접근성 보장 △장애인 프로그램 편성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아이피티브이법 시행령 마련을 위해 열린 공청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이어졌다. 양문석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아이피티브이법에는 사회적 약자, 소외 계층에 대한 기본적인 표현도 없다”며 “소외 계층에 대한 이용요금 차별화 규정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모컨 버튼 배열, 시작 화면 처리 방식에 대한 규정과 프로그램 프로바이더(PP)들에게 접근권 보장을 어느 정도까지 요구할 것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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