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없는 환율억제, 환투기만 부추겨
유가 올라 원유대금 결제 달러수요 많고
외국인 주식매도로 환율 상승 여지 커져
“정부 개입, 환차익 노린 투기세력 불러”
외국인 주식매도로 환율 상승 여지 커져
“정부 개입, 환차익 노린 투기세력 불러”
6월 결제일이던 30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개장 한 시간만에 지난 주말보다 5원 오르며 1046원대로 뛰었다. 이후 1041원까지 서서히 떨어졌지만 장 마감이 가까와지자 한시간 만에 다시 1046원까지 급등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장중 환율이 떨어진데는 당국의 매도 개입에 대한 우려도 적잖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5월 하순부터 환율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동안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만 급등시켰다는 비판이 많았음을 의식해 거꾸로 환율 다잡기게 나선 것이다.
당국은 구두 개입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 달러를 내다팔고 있다. 이날은 뚜렷한 개입 흔적이 없었지만, 지난주 금요일(27일)만 해도 10억달러 가량을 시장에서 팔아치운 것으로 딜러들은 보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이 6월 들어서만 최소 50억달러의 매도 개입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당국의 개입 속에 30일 원-달러 환율은 1046.0원으로 6월17일의 1023.2원에 견줘 23원 가량 올라있다. 아직 연중최고치(5월8일, 1049.5원)를 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매도 개입은 어느 정도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는 환율 상승 요인이 매우 큰 상황에서 당국이 언제까지 환율을 붙잡고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러다 자칫 외환보유고만 날리고, 억눌렸던 환율이 크게 오르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환율을 끌어올릴 변수의 힘이 매우 큰 까닭이다. 경상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 수입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주식 순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선물회사의 한 분석가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환투기세력을 불러 모으고 있다.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급락하다가 곧바로 반등할 때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투기세력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외환딜러도 “당국의 힘이 약화되는 기미가 보이면 역외 선물환시장에서 공격적인 달러 매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려는 것도, 끌어내리려는 것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 연구부장은 “당국이 환율을 어느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한 두달 동안은 가능할 지 모르나, 지속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원-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시도는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테니 어서 떠나라고 외국인 투자가들을 부추기면서, 떠나는 그들한테 ‘교통비’를 쥐어주는 꼴”이라며 “환율 상승이 추세적일 가능성이 있는만큼, 섣불리 외환보유액을 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