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통화옵션 손실 2조5천억
증시급락 기업 자금조달 차질
증시급락 기업 자금조달 차질
치솟는 기름값에 주식·외환 등 금융시장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며, 가계와 기업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소기업은 환율이나 금리와 연계된 파생상품 관련 손실에 짓눌려 있으며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어나는 펀드 손실에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가계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의 통화옵션 거래 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올 1분기 통화옵션 거래 손실만 모두 2조5천억원에 이르는데, 손실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출 기업들도 통화옵션 거래로 손실을 보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들 업체들 중 상당수가 자금 여력이 불충분한 중소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이달 들어서만 추가 손실을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상장기업이 모나미·백산·우주일렉트로닉스 등 3곳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각각 상반기에만 통화옵션 거래로 124억원, 106억원, 74억원 손실을 봤다. 이런 손실은 대부분 지난해 하반기 환율 급락기에 키코(KIKO) 옵션 거래를 했던 탓이다. 이 상품은 환율이 일정 범위에 있으면 환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단기 급등하면 계약금액의 2~3배에 이르는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다보니 손실이 커지고, 손실 기업 수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모나미·백산·우주일렉트로닉스는 1분기에 견줘 2분기에 손실이 10배 가량 늘었다. 올 들어 파생상품 손실을 공시한 기업은 26곳이지만, 환헤지 피해 기업 공동대책위원회에 피해를 접수한 중소기업이 4일 현재 178개에 달해 전체 피해 규모는 더욱 큰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주식시장 불안으로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통로는 막히고 있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에 실패하는가 하면, 예정된 상장을 철회하기도 한다. 올해 최대의 기업공개 회사로 꼽히던 에스케이시앤시(SK C&C)가 지난 2일 상장을 돌연 연기했고, 한솔교육·드래곤플라이 등도 상장 계획을 줄줄이 철회했다. 상장 일정을 확정하고 기업설명회까지 마친 상태에서 상장을 연기·철회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중 금리 급등은 가계의 목줄을 조인다. 은행의 고정금리형 대출과 신용대출 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은행채(신용등급 AAA급 3년물)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은행채 금리는 4일 기준 연 6.70%로, 3개월전에 견줘 1.23%나 치솟았다. 은행채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최근 연 9%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최근 3~4년 동안 부동산 급등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에 자칫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가계 자금을 대거 빨아들인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다. 국내 주식펀드의 연초 이후 지난 4일 기준 평균 손실율은 -16.82%에 이른다.
김진철 김경락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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