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한은, 외환기장개입 선언
고환율정책 잘못 스스로 인정
고환율정책 잘못 스스로 인정
정부와 한국은행이 원화가치의 추가 하락(환율상승)을 막기 위해 필요하면 외환보유고까지 동원하겠다는 뜻을 7일 밝혔다. 이로써 수출을 촉진해 적정 경상수지를 유지하려면 고환율이 바람직하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책 판단이 잘못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무리한 환율방어로 외환보유고가 바닥났던 1997년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그동안 공식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개입을 해 왔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외환보유고를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외환보유액이 세계 5, 6위 수준으로 시장 안정에는 충분한 규모”라고 덧붙였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도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최근 정부가 여러 차례 환율 안정 조처를 취했지만 안정 속도가 느리다”며 “정부와 한은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게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날 발표는 전날 저녁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만나 외환시장 대책을 논의한 뒤 이뤄졌다.
그동안 외환시장과 관련해, 정부와 한은은 자칫 ‘환율조작국’이란 오해를 살 수 있어 직접적인 언급은 삼갔다. 외환시장에선 정부와 한은의 공동대응 발표가 나오자,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말보다 9.7원 떨어진 1041원으로 출발해 한때 1036.5원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낙폭을 줄여 1042.9원에 마감했다.
외환시장 딜러들은 정부와 한은의 강력한 공동대응으로,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억제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달러 결제수요 증가 등 외부 변수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자칫 정부가 보유외환만 날리고 환율 움직임은 오히려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새 정부 출범초 성장률을 높이고 경상수지를 방어하기 위해 환율을 상승쪽으로 이끌다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5월 말 이후부터는 환율 다잡기에 나섰다. 외환시장 딜러들은 정부가 5월 하순 이후 지금까지 100억달러 이상을 팔아치우며 환율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환율은 당국의 방어선을 차근차근 무너뜨리며 지난주말 1050원을 넘어선 바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