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교차구매 협의단계 벗어나지 못해
권영수 LGD 사장 “남북처럼 골이 깊다”
권영수 LGD 사장 “남북처럼 골이 깊다”
삼성과 엘지의 디스플레이 협력사업이 좀처럼 갈피를 못잡고 있다. 두 그룹간 골이 너무 깊은 까닭이다.
권영수 엘지디스플레이(LGD)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패널 교차구매 문제를 이야기하다가 엘지와 삼성의 관계를 남북관계에 빗대며 “분단의 골이 깊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지식경제부는 삼성이 엘지디의 37인치 모듈을 구매하고 삼성은 엘지전자에 52인치 모듈 공급을 ‘긍정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37인치 패널을 대만업체로부터 전량 수입해오고 있어, 교차구매가 일어난다면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두 회사 협력업체들도 매출 기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 7월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두 회사의 교차구매는 아직 협의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물건너갔다’는 소리도 나온다. 엘지디 관계자는 “패널은 물류비가 커 같은 구미의 엘지디에서 삼성이 물량을 받는다면 최소한 6~7% 정도는 비용이 싸진다”며 “우리도 물량이 모자라지만 상생차원에서 싸게 주겠다는 뜻을 여러번 밝혔는데도 잘 추진이 안된다”고 말했다.
권영수 엘지디 사장은 “대만업체와 삼성 가운데 고르라면 당연히 나는 삼성이 세계 1등을 하길 원한다. 우리가 물량을 주고받으면 세계 시장 5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한 뜻을 밝혔다. 엘지디 쪽은, 표준화를 주도해온 삼성이 37인치 물량을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기 싫어하고, 엘지디의 급부상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쪽은 “7월 말까지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불쾌한 표정이다. 52인치 패널이 다급하게 필요한 건 대형패널 생산라인 투자가 늦은 엘지 쪽인데, 명분과 여론을 내세워 거꾸로 압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52인치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과 샤프 정도. 엘지디는 내년 1분기에야 8세대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 쪽은 패널값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가 의식하는 건 소니”라며 “엘지디가 삼성 공급실적을 내세워 8세대 물량을 들고 결국 소니에게 접근할 테고, 이후 소니가 안정적이고 싼 패널로 경쟁력을 높이면 우리가 진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엘지디는 세트업체 1·2위인 삼성과 소니에겐 티브이패널을 공급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업계 라이벌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